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공식적 대응을 하지 않던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에 대해 적극 방어에 나섰다./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공식적 대응을 하지 않던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에 대해 적극 방어에 나섰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정규직 전환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대응이 청년층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22일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원 1,900명을 공사 소속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정부 출범 초기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대선 공약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인천국제공항 현장에서는 정규직 전환의 문제점들이 불거지면서 ‘노·노 갈등’이 벌어지고 있고, 젊은층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이번 논란을 ‘인국공 사태’라고 부르며 분노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개인의 노력에 관계없이 정부 정책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민주당은 이번 사태 확산의 원인을 보수 언론의 왜곡 보도와 야당의 ‘을과을 갈등 부추기기’에 있다는 논리로 대응에 나섰다. 일부 의원은 이번 논란이 ‘가짜뉴스’ 때문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 이해찬 “잘못된 정보, 국민 불안하게 해”

이해찬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문제와 인국공 사태에 대해 “요즘 관심 현안을 보면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국민들을 크게 불안하게 하는지 알 수가 있다”며 “정확한 대응과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보도가 절박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뒤이어 발언에 나선 박광온 최고위원은 “통합당과 일각에서 비정규직 대 취업준비생이라는 을과 을의 싸움으로 갈등을 부추기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매우 안타깝고 우려스럽다”며 “사실 관계를 비틀거나 왜곡된 내용을 섞어서 정치공세 소재로 삼아 갈등만 증폭시키고 문제를 풀 수 없도록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취업준비생들에게 취업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것처럼 비정규직들에게도 정규직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상식”이라며 “통합당이 청년과 비정규직의 고통에 진심으로 함께하고자 한다면, 정치 공세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을 제도화하는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두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 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사정이 이런데도 왜 20만 명이 넘는 분들이 국민청원에 서명을 했을까”라며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공격하려는 조중동 류의 가짜뉴스 때문”이라며 논란 확산의 원인을 일부 언론의 ‘가짜뉴스’에서 찾았다.

◇ “청년 정서에 세심한 배려 부족” 지적도

그러나 민주당의 이 같은 대응이 오히려 젊은층의 분노를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인국공 사태의 본질은 ‘공정한 기회의 박탈에 따른 상실’임에도 여당이 청년들이 분노하는 근본적 원인에 주목하기보다는 야당과 보수언론의 왜곡과 갈등 부추기기에만 초점을 맞춰 정치 쟁점으로 대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공정성’ 문제가 부각되며 젊은층의 분노를 불러왔던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 남북단일팀 문제와 ‘조국 사태’로 인한 민심 이반이 또다시 재연되면서 청년층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보수언론과 통합당 탓을 할 수는 있지만 정치적인 상대에게만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온전한 대응은 아니다”며 “공기업에서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작업이 왜 필요한 것인지, 이 정책을 어떻게 펼쳐 나갈 것인가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어서 청년층에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청와대나 인천공항공사의 부적절한 대응과 함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식에 대한 점검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조국 사태’ 등 굵직한 정치 현안에서 소신 발언을 이어왔던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사회의 격차가 점점 확대되면서 공정성에 대한 요구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에서 공공기관 취업과 관련한 사항은 공정성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때문에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 구체적 전환 방법에 대해서는 섬세한 접근이 요구된다”며 “이번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식 전 의원은 지난 25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청와대나 인천공항공사의 해명은 합리적이긴 하나 청년들의 정서에 대한 세심한 배려나 고려가 부족했던 측면도 있다”면서 “기득권과 청년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정책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인국공 사태’에 대해 “그만큼 청년들의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절실하다는 것”이라며 “청년들을 혁신성장을 위한 벤쳐 창업으로 유도하기 위해 정부‧민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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