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에스엘이 금융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게 됐다.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에스엘이 금융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게 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금융위원회가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한 중견 자동차부품업체 에스엘에 대해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 신뢰와 질서를 무너뜨리며 더 큰 위기를 자초하게 된 모습이다.

금융위는 최근 정례회의를 열고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적발된 에스엘에 대해 과징금 17억8,470만원을 부과하고, 감사인지정 3년과 검찰 통보 등의 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대표이사 및 담당임원에게 1억7,84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담당임원에겐 해임권고와 직무정지 6개월 처분도 더해졌다.

에스엘은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정보를 담는 사업보고서 내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해 적발된 바 있다. 2016~2017년엔 매출처의 단가인하 압력을 우려해 종속기업의 영업이익을 축소했고, 2018년엔 원가 상승 등으로 급감한 영업이익을 110억원가량 부풀렸다. 제 입맛대로 거짓 재무제표를 꾸민 것이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이 같은 혐의를 적발했으며, 이튿날인 지난달 21일부터 에스엘의 주식거래는 중단됐다. 이어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에스엘을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일련의 절차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에스엘 측은 “회계투명성 제고 및 내부 감사장치를 강화해 추후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에스엘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큰 혼란까지 겪게 됐다. 최근 국내 자동차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수출이 감소하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며 위기가 드리우고 있다. 완성차업체는 물론 부품업체 중에서도 이미 생산중단 등 직격탄을 맞은 곳이 적지 않다.

에스엘은 오너일가 2세인 이충곤 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3세 경영승계도 본격화된 상황이다. /에스엘 홈페이지
에스엘은 오너일가 2세인 이충곤 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3세 경영승계도 본격화된 상황이다. /에스엘 홈페이지

한편, 에스엘은 자동차용 램프, 사이드미러 및 룸미러,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각종 샤시 부품 등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중견업체다.

1954년 창업주 고(故) 이해준 명예회장이 설립했으며, 현재는 이충곤 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충곤 회장의 장남인 이성엽 에스엘 사장과 차남 이승훈 에스엘미러텍 사장의 3세 경영승계도 본격화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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