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경력단절 없는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7월부터 시행합니다.
포스코가 경력단절 없는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7월부터 시행합니다. / 그래픽=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다시 6월, 그리고 여름이 돌아왔습니다. 저에겐 2년 전부터 더욱 특별해진 6월입니다. 딸아이가 2018년 6월, 그것도 제 생일과 같은 날 태어났기 때문이죠.

돌이켜보면, 2년이란 시간이 새삼 참 대단합니다.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 것 같은데, 딸아이를 보면 또 정말 놀랍도록 많이 컸습니다. 요즘 들어 의사소통도 제법 잘되고, 자기주장도 더 강해진 모습을 보면 자꾸만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역시 육아는 신기함과 놀라움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만큼 새로운 어려움들도 계속되죠.

◇ 경력단절의 악순환… 풀기 힘든 난제

오늘은 국내 한 대기업의 새로운 시도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무척 뜻 깊고, 훌륭한 시도라고 생각할 뿐 아니라, 요즘 저희가 놓인 상황에도 잘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소개에 앞서 경력단절 문제부터 다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경력단절은 저출산문제와 결코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 사회의 열악한 육아환경이 낳은 씁쓸한 결과물인 동시에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핵심 원인으로 꼽힙니다. 악순환의 중심에 경력단절 문제가 있는 셈이죠

한 사람이 직업적인 측면에서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경력을 쌓는 시기는 대부분 20대 중후반~30대 중후반입니다. 그런데 이 시기는 한 사람이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기 시작하는 시기와도 일치합니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남성이 경제활동을, 여성이 육아와 가사를 전담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성의 사회참여와 경제활동이 증가했고,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됐죠.

문제는 과거의 전통과 새로운 변화가 혼재하면서 주로 여성이 희생양으로 전락했다는 점입니다. 여성은 자신의 사회·경제적 성취와 출산 및 육아 사이에서 둘 중 하나를 포기하거나 소위 ‘슈퍼맘’이 돼야했습니다.

특히 가까운 과거엔 어쩔 수 없이 사회·경제적 성취를 포기하고 출산 및 육아에 전념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물론 많은 편이고요.

더 심각한 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인데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난 뒤 여성은 다시 사회·경제적 활동에 나서곤 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대부분 불가능합니다. 출산 및 육아로 수년을 보내는 사이, 직업인으로서의 경쟁력은 후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로 내몰리곤 하죠.

이것이 바로 경력단절 문제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과거에 비해 육아 관련 지원제도가 부쩍 늘어난 요즘에도 경력단절 문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단축근로 등은 전보다 많이 보장되고 있지만, 직장에서 위상이 하락하고 승진에 영향을 받는 등의 실질적 문제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습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급여 축소에 따른 경제적 문제도 존재하고요. 이는 여러 육아지원 제도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무엇보다 경력단절 문제에 따른 피해는 단순히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사회구성원의 사회·경제적 활동이 제한되는 것은 우리 사회로서도 큰 피해이자 낭비입니다.

다시 찾아온 6월, 딸아이는 두 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다시 찾아온 6월, 딸아이는 두 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 아이 2명이면 재택근무 최대 6년

이 같은 경력단절 문제와 관련해, 최근 포스코가 보이는 행보는 무척 인상적입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주인공은 포스코의 ‘경력단절 없는 육아기 재택근무제’인데요.

저출산문제와 관련해 가장 중대한 과제 중 하나인 경력단절 문제를,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급부상한 재택근무와 연계해 새로운 시도에 나선 겁니다.

포스코가 7월부터 본격 시행할 이 제도는 재택근무를 통한 일-가정(육아) 병립이 핵심입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거죠.

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만 8세(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포스코 직원은 전일(8시간) 또는 반일(4시간) 재택근무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전일 재택근무는 8시부터 17시까지 재택근무하고, 반일 재택근무는 8시~12시, 10시~15시, 13시~17시 중 본인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반일 재택근무의 경우, 국가에서 시행 중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또는 포스코가 운영 중인 ‘전환형 시간선택제’에 재택근무를 더한 방식입니다.

전일 재택근무와 전환형 시간선택제 재택근무는 재직 중 최대 2년까지 사용가능합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재택근무는 해당 제도의 규정에 따라 육아휴직과 합산해 자녀 당 최대 2년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자녀가 1명인 직원은 전일 재택근무 또는 전환형 시간선택제 반일 재택근무 2년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재택근무 2년을 더해 최대 4년까지 재택근무가 가능합니다. 자녀가 2명인 경우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재택근무가 4년으로 늘어 최대 6년까지 가능하고요.

또한 재택근무에 따른 급여 변동은 없습니다. 복리후생은 물론, 승진 기회도 일반근무 직원과 동일하게 적용되죠.

포스코의 이러한 행보는 경력단절 문제에 있어 무척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직장생활과 육아를 보다 원만하게 병행할 수 있게 되면서, 경력단절 문제가 대폭 해소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서 언급했던 ‘실질적인 문제’들에 의한 경력단절 피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요.

사실 그동안의 경력단절 해결책은 주로 ‘사후 지원’에 무게가 실려 있었습니다.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직업교육이나 취업기회 제공 등이 주를 이뤘죠. 이와 달리, 포스코의 이번 제도는 경력단절 발생 자체를 차단하는데 방향을 맞추고 있습니다. 어쩌면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중대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접근방식의 변화입니다.

물론 이 제도만으로 경력단절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진 않을 겁니다. 곧장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좋은 성과를 내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뜻밖의 문제나 보완점이 드러날 수 있고, 애초에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군을 위한 대안도 필요할 겁니다.

그렇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심각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해법을 찾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것 자체만으로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방안을 찾아 시작을 하고나면, 이후 드러나는 문제는 개선해나가면 되니까요. 그런 과정을 통해 보다 나은 제도가 완성되고, 확대될 수 있겠죠.

새롭게 마련한 제도도 제도지만, 포스코의 이러한 ‘시도’들이 우리 사회에 보다 더 많아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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