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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로나19가 바꾼 취재 풍경
[기자수첩] 코로나19가 바꾼 취재 풍경
  • 이영실 기자
  • 승인 2020.06.29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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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퇴근 후 동료와의 맥주 한 잔은 사치가 됐고, 친구 혹은 연인과의 주말 나들이 대신 ‘집콕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여름휴가 계획은커녕 고향집에 내려가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코로나19는 개인의 일상뿐 아니라 교육,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을 바꿔놓았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택근무‧원격화상회의‧온라인 교육 등과 같은 비대면(Un-tact)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데, 기자가 속해있는 취재현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기자의 담당 취재 분야인 영화계를 들여다보면, 한 편의 영화가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 프레스를 상대로 여러 행사가 진행된다. 가장 먼저 제작보고회를 통해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갖고, 개봉에 앞서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시사회를 진행, 영화를 먼저 선보인다. 이후 배우들과 감독이 직접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관해 더욱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행사 진행에 차질이 생겼고, 대부분 온라인 진행으로 대체됐다. 먼저 제작보고회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현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진행 순서는 오프라인과 같지만, 취재진이 직접 질문을 할 수 없다. 대신 미리 수급한 질문만 사회자가 전달한다. 포토타임도 생략됐다. 일괄적으로 제공되는 사진만 기사에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작보고회는 생각보다 편했다. 아침 일찍 취재처로 향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됐고, 기사 작성을 위한 사전 준비도 여유롭게 할 수 있었다. 행사 자체도 매끄러웠다. 돌발상황 없이 짜인 대로 진행됐고, 포토타임을 따로 하지 않은 덕에 시간도 절약됐다. 기자들의 질문을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편리함 뒤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취재가 아닌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고, 사전에 질문을 해야 하는 탓에 정작 정말 궁금한 것에 대한 답은 얻을 수 없었다. 질문의 다양성이 떨어지다 보니, 풍성한 내용을 기대하기도 힘들었다. 똑같은 사진 역시 현장감을 느낄 수 없게 만들었다.

이보다 앞서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 현장도 썩 좋은 기억은 아니다. 넷플릭스 ‘킹덤2’와 ‘사냥의 시간’ 그리고 ‘인간수업’ 주연배우들과 제작진이 화상 인터뷰로 취재진과 만났는데, 마이크와 카메라가 설치된 노트북이나 휴대폰으로 화상 회의에 접속해 인터뷰를 하는 방식이었다.

배우도, 기자도 처음 겪는 상황에 인터뷰 시작 전 인사를 주고받을 여유는 없었다. 접속이 잘 됐는지, 스피커와 마이크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에 급급했다. 또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다 라운드(다대일) 인터뷰인 탓에 취재진 간의 눈치싸움도 벌여야 했다. 동시에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타이밍을 살피느라 침묵의 시간이 이어지기도 했다.

소통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혼선을 막기 위해 취재진은 질문할 때만 마이크를 켜야 했는데, 질문 후 어떤 리액션도 확인할 수 없었고 몇몇 배우들은 답을 하면서도 기자들에게 듣고 있냐며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무리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놔도 기자들의 웃음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다행히 더 이상의 화상 인터뷰는 없었다. 지난 4일 영화 ‘침입자’를 시작으로 ‘결백’ ‘초미의 관심사’ ‘#살아있다’까지 오프라인 시사회가 재개되고 인터뷰도 면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체온측정과 마스크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코로나19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달라진 취재 방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우리 모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고, 다시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루빨리 사태가 종식돼서 현장의 생생함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반드시 #살아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