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분의 소맥분 브랜드 곰표의 협업 제품들이 뉴트로 열풍을 타고 높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 CU, 4XR
대한제분의 소맥분 브랜드 곰표의 협업 제품들이 뉴트로 열풍을 타고 높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 CU, 4XR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소맥분(밀가루) 제조 전문업체인 대한제분이 때아닌 맥주와 과자 등 식음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67년 역사를 자랑하는 ‘곰표’를 활용한 협업 제품들이 뉴트로 열풍을 타고 전 세대에 걸쳐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유통가 협업 ‘0순위’로 급부상한 대한제분이 곰표의 인기에 힘입어 당면 과제인 수익성 회복을 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맥주‧치약에 패딩까지… 전방위 활약하는 ‘표곰’

곰표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푸근한 느낌을 선사하는 한 마리 흰 곰이 새겨진 제품들이 뉴트로에 빠진 2030세대에게는 인싸템으로, 4050세대에서는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곰표 밀맥주는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달 편의점 CU와 손잡고 선보인지 3일 만에 초도 물량 10만개가 완판된 곰표 밀맥주는 최근 누적 판매량 30만개를 돌파했다. CU가 수제 맥주를 내놓은 2018년 이후 최고 실적이다. 수제 맥주 1위는 물론, 전체 국산 맥주 판매량 상위 10권내에 진입할 정도로 대형 주류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치다. 돌풍의 주역인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양조사), CU 3사 모두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에 놀라워하는 반응이다.

곰표 밀맥주의 성공 요인으로는 크게 3가지 꼽힌다. 우선 올해 핵심 소비 키워드로 자리 잡은 뉴트로 감성과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곰표의 상징인 마스코트 ‘표곰’에서 느껴지는 귀여움과 흰색, 녹색의 선명한 색 배합이 디자인적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된다. 또 일본 맥주 불매운동의 여파로 국산 맥주 선호도가 상승한 것도 곰표 밀맥주에 대한 관심을 부채질했다.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밀을 넣은 맥주라는 콘셉트에 과일향을 더해 맥주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설명이다.

곰표의 활약은 맥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밀맥주의 인기에 힘입어 안주류도 덩달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중순 ‘곰표 오리지널 팝콘’을 선보인 CU는 이달 ‘곰표 나초 오리지널’을 내놓았다. 팝콘과 밀맥주를 잇는 곰표 시리즈 3탄인 셈이다. 이외에도 치약(애경 곰표 2080), 화장품(스와니코코 곰표 밀가루 쿠션), 의류(4XR 곰표 패딩)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소비재 시장을 활보하고 있다. 의류업체 4XR과는 올해 S/S 시즌까지 3번째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곰표는 BtoB 전문 기업도 대대적인 투자 없이 BtoC에 진출해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좋은 예’로 통하고 있다.

◇ 곰표 대박 난 대한제분… ‘내실’ 챙길까

연일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대한제분은 자못 신중한 분위기다.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야하는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대한제분은 본업인 소맥분 부문의 쇠퇴를 보전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반려동물, 식음료 등 신사업에 손을 뻗었다. 모험성이 강했던 신규 사업이 조기 안착에 성공한 덕에 하락 곡선을 그리던 연매출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3년 연속 매출이 늘어 1조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영업성과는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대한제분을 깊은 고민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5년 내리 영업실적이 줄어들어 지난해 235억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흑자 수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자연스레 6%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2.5%로 급강하했다. 회사의 근간인 소맥분 부문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는 것도 대한제분의 선결 과제로 지적된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곰표’ 기획이 당장 회사의 BtoC 성장과 수익성 회복으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곰표가 낯설었던 젊은 세대들에게 회사를 알리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불어오는 것만큼 분명해 보인다. 조만간에는 ‘아동복’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1분기 영업실적이 제분 사업의 회복에 힘입어 전년 대비 개선돼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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