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초읽기에 나서자 야당이 반발하면서 국회는 다시금 전운이 감돌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포위하고 공수처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당청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초읽기에 나서자 야당이 반발하면서 국회는 다시금 전운이 감돌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포위하고 공수처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적 시행일이 16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수처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당청의 움직임에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제동을 걸기 시작하면서 원 구성 이후 공수처가 국회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 당청이 공수처 드라이브를 건 이유

공수처 출범 드라이브를 먼저 건 곳은 청와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보냈다. 공수처설치법에 따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은 국회의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

그러자 통합당은 지난 27일 이에 대해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는 중에 공수처법 처리까지 압박하는 것은 의회 장악에 이은 사법 장악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8일 통합당을 향해 “스스로를 폄하하는 주장”이라며 “공수처장 후보 추천권도 국회에 있다. 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추천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국회가 제때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해줘야 엄정한 검증 절차와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훌륭한 공수처장을 출범일에 맞춰 임명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공수처법에는 국회의장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를 구성하고, 추천위에서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공수처 출범 드라이브에 가세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는 법률이 정한 시한 안에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통합당이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면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해서라도 반드시 신속하게 공수처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공수처에 대해 “(검찰이) 검언유착과 증언조작, 내부 감싸기 분란까지 국민의 신뢰를 잃는데, 공수처는 이런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당청이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공수처법이 내달 15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대를 뚫고 3+1 협의체를 만들어 간신히 통과시킨 공수처법은 지난 1월 공포할 때 6개월 준비 기간을 두기로 했다.

문제는 국회 원구성 협상이 헛돌면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조차 꾸려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당청이 이대로면 제때 공수처가 출범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에 이같은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30일, 제37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상정돼 가결됐다. 사진은 본회의장에서 공수처 설치 법안 표결 중인 모습. / 뉴시스
당청은 기한 내 공수처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판단에 다소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통합당은 공수처장 거부권과 후속법안 처리 지연을 통해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0일 본회의장에서 공수처 설치 법안 표결 중인 모습. / 뉴시스

◇ 통합당, 처장추천·후속법안 처리 시간끌기

또한 공수처장 임명을 위해서는 ▲국회법 개정안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공수처장후보추천위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 ‘공수처장후보추천위의 운영 규칙안’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의 의견이 크게 갈리는 상황이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과 유상범 통합당 의원이 각각 이 규칙안을 발의했는데, 위원회 구성 규칙에서 내용이 엇갈리고 있다. 백 의원은 ‘국회의장이 기한을 정하여 위원의 추천을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야당 교섭단체가 2개 이상일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반면 유 의원 안은 국회의장의 위원 추천요구권과 기한을 정해두지 않았다. 대신 교섭단체가 다수일 경우 의석수에 따라 추천받도록 명시하면서 제1야당의 위원 추천권을 보장했다. 야당이 무기한으로 위원 추천을 지연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야당은 사실상 ‘공수처장 추천 거부권’을 갖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7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되는데, 후보 추천위원 7명 중 2명이 야당 몫이기에 야당 교섭단체 위원이 1명이라도 찬성하지 않으면 공수처장을 추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통합당이 위원 자체를 지정하지 않을 경우 처장 추천 자체가 막힐 수도 있다.

결국 통합당은 공수처장과 위원 추천, 공수처 후속법안 처리에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반대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통합당 측이 시간을 끌면서 공세에 나설 경우 위원회의 여야 몫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 원 구성은 우여곡절 끝에 완료됐지만, 국회는 이제 ‘공수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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