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기자는 어릴 적 방학 막바지가 가장 두려웠다. 개학일 아침 전까지 밀린 숙제를 처리해야 제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과제도 ‘데드라인’(deadline)에 맞추지 못하면 점수를 받지 못했다. 데드라인을 지키는 것이 사회의 룰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여의도에서는 사회의 룰이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심지어 명문화된 법도 있는데 말이다.

지난 29일 국회 원 구성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국회법 제5조에는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임시회는 의원의 임기 개시 후 7일에 집회한다’는 문구가 있다. 지난 5월 30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21대 국회는 정확히 임기 개시 후 7일째인 6월 5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을 선출했다. 그러나 국회는 그 이후 또 지각을 했다. 

국회법 제41조에는 상임위원장 선출과 관련된 조항이 있다. 국회법 제41조에는 ‘상임위원장은 해당 상임위원 중에서 임시의장 선거의 예에 준하여 본회의에서 선거하고,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집회일부터 3일 이내에 실시한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은 처음에 6월 5일 개원, 6월 8일 상임위원장 선출을 계획했던 것이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를 두고 여야가 지루한 샅바싸움을 벌이면서 상임위원장 선출은 한없이 미뤄졌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6월 29일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여야 간 협상을 조율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지지층의 반발을 부를 정도로 시간을 줬지만, 결국 협상은 결렬됐고 미래통합당은 표결에 불참했다.

결론적으로 21대 국회는 ‘또’ 국회법에 정해진 데드라인을 어긴 셈이다. 국회가 만든 국회법인데, 국회가 지키지 못하는 사태가 또 벌어진 것이다. 사실 국회가 데드라인을 넘기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원 구성 협상으로 인해 국회가 공백 상태가 되는 일은 14대 국회 이후 매번 벌어져왔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원 구성 협상이 13대 국회부터 시작된 ‘관례’라고 칭한다. 그러나 이 관례는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며 여소야대가 됐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그 전에는 과반을 차지하고 있던 민정당이 모든 상임위를 독식하고 있었다.

이 관례가 생기면서 국회는 2년마다 돌아오는 불치병으로 인해 매번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대체 국회는 무엇을 위해 국회법 위에 관례를 올려놓는가. 법을 만든 곳이 관례를 앞세워 법을 지키지 않는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제는 관례가 아닌 법에 명시된 시한을 지킬 때가 온 것은 아닐까. 매번 원 구성 시기가 오면 지루한 협상으로 ‘일 안 하는 국회’라는 오명을 쓰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2년 뒤 국회에서는 국회 공백 없이 본회의장이 의정활동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여야 모두 ‘데드라인’을 지키는 모습을 봤으면 하는 것이 기자의 소박한 바람이다. 혹시 너무 원대한 바람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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