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BS '열혈사제'를 통해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배우 고규필 / SBS '열혈사제' 방송화면
지난해 SBS '열혈사제'를 통해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배우 고규필 / SBS '열혈사제' 방송화면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하루아침에 북한으로 사라져버린 대표를 찾아나서는 짠내나는 홍보팀장부터 어딘가 어설픈 민속학 교수, 빈틈 많은 콘텐츠 PD까지. 고규필의 ‘코믹 하드캐리’는 2020년에도 계속된다.

1993년 영화 ‘키드 캅’으로 데뷔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고규필이다. 고규필은 지난해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를 통해 모카빵을 좋아하는 순수청년 오요한 역을 감칠맛 나게 소화, ‘2019년 SBS 연기대상’ 팀부분 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4월 ‘열혈사제’ 종영 이후 고규필은 MBC ‘검법남녀 시즌2’ 법의조사관 장성주 역과 SBS ‘배가본드’ 유도체육관 관장 박광덕 역을 차례로 선보이며 ‘대세 신스틸러’ 명성을 이어갔다.

지난해 유쾌한 캐릭터로 대중에게 받은 큰 사랑을 보답하고 싶은 걸까. 올해도 고규필은 코믹한 캐릭터를 통해 안방극장에 쏠쏠한 재미를 더하고 있다. tvN ‘사랑의 불시착’을 시작으로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까지 빈틈없는 연기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사랑의 불시착'에서 짠내나는 홍창식 역으로 깨알 재미를 선사한 고규필 / tvN '사랑의 불시착' 방송화면
'사랑의 불시착'에서 짠내나는 홍창식 역으로 깨알 재미를 선사한 고규필 / tvN '사랑의 불시착' 방송화면

지난 2월 종영한 tvN ‘사랑의 불시착’은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 분)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특급 장교 리정혁(현빈 분)의 절대 극비 러브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손예진과 현빈의 판타지 같은 로맨스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간질이며 종영 시청률 21.7%(닐슨코리아 기준) 기록, 큰 화제를 모았다.

극중 고규필은 세리의 오른팔과도 같은 홍보팀장 홍창식 역을 맡아 능글맞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진 세리를 애타게 찾아나서는 고규필의 짠내나는 연기는 박수찬(임철수 분)의 티키타카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고, 시청자들에게 깨알 재미를 안겼다. ‘뜻밖의 관전포인트’라는 평가를 얻을 정도로 고규필은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고규필의 코믹 연기는 장르를 타지 않는다. 3월 종영한 tvN ‘방법’은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10대 소녀와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 ‘부산행’을 제작한 연상호 감독이 첫 대본을 집필한 작품으로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가 빛을 발하며 시청자들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방법'에서 탁정훈 역으로 시청자들과 눈도장을 찍은 고규필 / tvN '방법' 방송화면
'방법'에서 탁정훈 역으로 시청자들과 눈도장을 찍은 고규필 / tvN '방법' 방송화면

그의 연기는 자칫 무겁기만 할 수 있는 스토리에 쉼터 같은 역할을 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극중 민속학 교수 탁정훈 역을 맡은 고규필은 거대한 악 진종현 회장과 맞서 싸우는 진희(엄지원 분)와 소진(정지소 분)에게 중요한 정보를 전달로 활약하며 시청자들과 눈도장을 찍었다. 똑 부러지는 전형적인 교수가 아닌, 식욕이 많고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코믹한 요소를 곁들여 재미를 더했다. 

현재 고규필은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를 통해 열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고규필은 온라인 콘텐츠 ‘2N Box’ PD 박진규 역을 맡았다. 부하 직원들의 순수한 사랑을 비웃는 빈틈 많은 아재로, 코믹함은 살리되 순수청년 오요한과는 대조되는 연기로 색다른 재미를 시청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열혈사제’ 이명우 감독 신작 ‘편의점 샛별이’ 카메오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반가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로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고규필 /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방송화면
'저녁 같이 드실래요'로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고규필 /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방송화면

상반기에만 세 작품에 출연한 고규필은 하반기에도 열일에 박차를 가한다. 고규필 소속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영화 ‘카운트’ 촬영이 거의 다 끝난 상태이며, 영화 ‘스텔라’ 촬영은 마친 상태다. MBC 드라마 역시 스케줄을 마무리 지은 상황이다. tvN ‘방법’ 영화화가 확정돼 올해 하반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MBC 드라마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 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역이란 쉽고 별거 아닌 배역 같지만,

생뚱맞은 환경에 적응해야하고 짧은 대사를 잘해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이 있다

… (중략)

배우 정경호 추천으로 영화 ‘롤러코스터’에 출연했다.

욕을 많이 하는 장면을 맡았는데, 대사가 한 페이지였다.

저한테 그런 분량의 대사를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여러 번 촬영 끝에 감독님이 오케이를 했다.

눈물이 멈추지가 않더라.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못했었으니까... 

-SBS ‘가로채널’ 고규필 발언 中-

수많은 단역을 했지만 빛을 발하지 못했던 고규필. ‘열혈사제’로 드디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 순간, 과거를 회상한 고규필은 이같이 말하며 벅차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눈물을 훔쳤다. 

그래서일까. 분량이 짧던 길던 고규필은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힘든 시기를 묵묵히 이겨내고 ‘꽃길’에 접어든 만큼 하고 싶었던 연기를 마음껏 뽐낼 수 있길. ‘대세 신스틸러’ 고규필의 열일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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