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최저임금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첫 요구안을 제시했다. /뉴시스
2021년 최저임금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첫 요구안을 제시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향한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제시한 반면 경영계는 또 다시 삭감을 주장하고 나서 치열한 갈등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일 4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내년 최저임금을 처음 제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인 8,590원보다 16.4% 인상된 수치다. 양대노총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단일안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민주노총은 1만770원의 요구안을 내놓은 바 있으며, 한국노총은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계는 비혼·단신 노동자와 1인 가구 생계비 수준 등에 대한 조사결과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실질적인 인상 효과 둔화를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또 다시 삭감안을 내놓았다. 올해보다 2.1% 삭감한 8,410원이다. 경영계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마이너스 경제성장 가능성과 지난 3년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경영 여건 악화 등을 최저임금 삭감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노동계는 최근 수년간 대부분 ‘최저임금 1만원’을 첫 요구안으로 제시해오고 있다. 2018년(1만790원)을 제외하고, 2016년부터 올해까지 첫 요구안은 모두 1만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지난 대선에서 대다수 후보들의 공약했던 것을 실행에 옮기라는 요구였다.

과거 줄곧 동결을 첫 요구안으로 내놓았던 경영계는 최근엔 아예 ‘삭감’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4.2% 삭감한 8,000원을 첫 요구안으로 내놓은 바 있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2009년 이후 10년 만이었다. 경영계는 올해도 2.1% 삭감안을 제시하며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삭감안을 내놓게 됐다.

2017년 5월,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3년간 최저임금은 롤러코스터를 탄 바 있다. 2018년은 전년 대비 16.4% 인상된 7,530원, 2019년은 다시 10.9% 인상된 8,350원으로 결정됐다. 2010년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이 주로 6%~8%를 오간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뚜렷했다. 하지만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2.9%로 뚝 떨어졌고,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임기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은 물거품이 됐다.

1만원과 8,410원 사이에서 결정될 내년도 최저임금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인데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최대변수까지 덮쳤기 때문이다.

한편, 이제 갓 양측의 첫 요구안을 확인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이미 법정시한(6월 29일)을 넘긴 상태다. 지난 10년간 법정시한이 지켜진 것은 단 한 번뿐이며, 올해도 이를 넘기게 됐다.

다만, 8월 5일인 고시시한은 넘길 수 없다. 고시에 앞서 거쳐야할 행정절차를 감안하면 7월 중순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지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최저임금을 둘러싼 치열한 전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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