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환 농협은행장(왼쪽)이 디지털금융부문장(CDO)에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오른쪽)를 영입해 주목을 끌고 있다. /농협은행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손병환 농협은행장이 ‘디지털 혁신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디지털 금융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손 행장은 ‘외부 전문가 영입’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농협은행은 최근 디지털금융부문장(CDO)에 ‘삼성맨’ 출신을 영입했다. 외부 인사 영입에 보수적이었던 기존 관행을 깬 인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 디지털부문 사령탑에 삼성맨 출신 영입  

농협은행은 지난 1일 디지털금융부문장(CDO, 부행장)에 이상래(55) 전 삼성SDS 상무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상래 신임 디지털금융부문장은 ‘삼성맨’ 출신이다. 이 부문장은 1991년 삼성SDS에 입사해 솔루션컨설팅팀장, 데이터분석사업팀장, 디지털마케팅 팀장 등을 지낸 바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인선 배경에 대해 “금융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 및 데이터 관련 풍부한 실무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인물을 중용했다”며 “디지털금융 조직을 강화하는 만큼 디지털금융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급변점)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번 외부 디지털 전문가 영입을 계기로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디지털 신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의 외부 인사 영입은 이례적이다. 농협은행은 주로 내부 인사를 임원으로 등용해왔다. 2018년 신설된 디지털금융부문장 직책도 내부 출신에 맡겨왔다. 외부 인사가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깜짝 인사는 손병환 행장의 ‘디지털 혁신 경영’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3월 선임된 손 행장은 디지털 금융 및 기획부문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인사다. 손 부사장은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 농협중앙회 기획실장, 농협미래경영연구소장,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 겸 농협은행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2015년 농협은행이 국내 은행 최초로 오픈뱅킹의 기반이 되는 API를 도입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농협은행장 취임 후엔 ‘디지털 역량 강화’를 최대 과제로 제시했다. 손 은행장은 앞서 취임사를 통해 “디지털 휴먼뱅크로 농협은행을 만들어나가겠다”며 “디지털 혁신을 통해 초격차 디지털 뱅크를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외부 전문가 영입을 계기로 농협은행의 디지털 사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올해 국내 주요 테크핀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와 전략적 제휴, 하이브리드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이브리드 간편결제 서비스’는 간편결제 핀테크 기업이 거래종류나 여건에 따라 오픈뱅킹공동망·펌뱅킹·은행 API 등을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해당 제휴를 통해 농협은행은 토스에 예치금관리, 환전, 공과금조회 등 140개의 API를 제공했다. 농협은행은 이 같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마이데이터사업 시장 선점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소비·의료 등 분산된 정보를 개인이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제공하고, 기업은 이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상품, 정책 등을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오는 8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으로 마이데이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다. 농협은행은 마이데이터 사업 플랫폼 발굴에 적극적인 곳 중 하나다. 과연 농협은행이 외부 인사 도입을 계기로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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