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9 19:31
추미애의 ‘수사지휘권’과 윤석열의 거취
추미애의 ‘수사지휘권’과 윤석열의 거취
  • 서예진 기자
  • 승인 2020.07.02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 왼쪽)이 2일 ‘검언유착’ 의혹을 심의할 전문 수사자문단(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 왼쪽)이 2일 ‘검언유착’ 의혹을 심의할 전문 수사자문단(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검언유착’ 의혹을 심의할 전문 수사자문단(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결단’을 언급한지 하루 만의 일이다. 이로써 법무부 장관의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이 15년만에 이뤄졌다.

◇ ‘결단’ 발언 하루 만에 수사지휘권 발동

추 장관은 이날 “수사가 계속 중인 상황에서 전문 수사자문단의 심의를 통해 성급히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진상 규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전문 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할 것을 지휘한다”고 검찰총장에게 공문을 내려보냈다. 

또 추 장관은 “특히 이번 사건은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직 검사장이 수사 대상이므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와 관련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그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라는 것이다.

이날 지휘권 발동은 사실상 15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법무부가 공개한 공문의 수신자는 ‘검찰총장’이었다. 공문 수신자가 대검이 아닌 윤 총장이라는 점도 추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역사상 지휘권 발동은 이번까지 포함해 단 두 번뿐이다. 지난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수사 방침을 세우자 헌정사상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그러자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수사지휘권을 수용한 후, 항의 표시로 퇴진을 선택했다. 

추 장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검찰이)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가, 지금까지는 지켜봤는데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면 저도 결단해야 할 때 결단하겠다”고 말했고, 이번 사안이 검찰청법 8조(수사지휘권 발동)에 해당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뉴시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뉴시스

◇ 대검 “자문단 소집 않겠다”

대검찰청은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일단 간부 회의에 돌입했다. 다만 대검은 "내일(3일) 전문 수사자문단은 소집하지 않는다“며 ”현재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일단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사실상 퇴진 요구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 지휘의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이 지휘·감독을 하지 못하고, 수사 결과만을 보고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총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윤 총장이 사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지난 2005년 김종빈 당시 총장과 같이 ‘수용 후 사퇴’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지휘권 발동을 받아들인 후 거취 정리가 없으면, 정치권이 특정 수사에 개입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의미다. 

반면 여권의 압박 속에도 자리를 지켜온 윤 총장이 쉽게 사퇴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윤 총장은 지난 2013년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당시에도 좌천됐지만 끝내 사표를 내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평소 윤 총장은 검찰 독립성을 위해 검찰총장의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법무부와 검찰의 충돌이 계속 일어나고 있음에도 청와대는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윤 총장을 몰아내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있다’는 질문에 “전혀 동의하지 못 한다”면서도 “청와대가 공식 입장을 낼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야는 이 사안을 두고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이 아닌 소관 상임위(법사위)에서 윤 총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지도부 차원에서 윤 총장을 직접 공격하기 보다는 법사위에서 검찰개혁 등을 이끌며 추 장관을 측면지원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추 장관 해임을 건의했다. 통합당은 3일 추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할 방침이다. 원 구성 등으로 경색된 정국이 추 장관의 수사권 발동으로 다시 한 번 혼란스러워질 전망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