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어린 시절 필자는 궁금한 것이 많았다. ‘하늘의 구름은 왜 생기는가’ ‘꽃은 왜 향기가 날까’ ‘고양이는 왜 어두울 때 눈동자가 길어질까’ 등 다양한 의문을 가졌다.

이에 대한 해답을 어린이의 정보수집능력으로 알아내는 것은 힘들었다. 때문에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은 곳은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그렇듯 ‘엄마 위키’였다. 

어머니께서는 쉬지 않고 쏟아지는 시시콜콜한 질문에도 하나하나 정성스레 답변해주셨다. 그 중엔 정확하지 않은 답안도 있었겠지만 당시 필자의 입장에선 그 어떤 답안보다도 완벽하고, 정확한 답변이었으리라.

세월이 흘러 초·중·고 의무교육을 마치고, 대학교까지 졸업한 지금, 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언택트 등 새로운 정보통신(ICT)기술들이 대거 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 스마트폰에 익숙하던 20~30대 세대들은 새롭게 도래하는 ‘디지털 사회’에 빠르게 적응했다. 이보다 어린 10대들은 더욱더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부모님 세대, 혹은 그 이상의 어르신 분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가 아니다. 한때 어린 시절 우리의 ‘정보의 바다’였던 그들은 쏟아지는 디지털 정보의 홍수 앞에 혼란스러워 한다. 물론 20,30대 만큼 빠르게 적응하는 분들도 많지만, 그렇지 못하고 뒤처지시는 분들도 많다.

실제로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우리 사회 ‘정보 세대 격차’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통계를 발표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64.3%에 불과했다. 약 10명 중 3명 이상의 어르신들이 인터넷, 스마트폰 등 디지털 정보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셈이다. 

정보 세대 격차에서 오는 디지털 소외 문제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평범한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 식당 등 가게에 설치된 키오스크(무인 결제 시스템)의 장벽 앞에서 많은 어르신들이 쓸쓸히 발길을 돌리고 있으며,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의 온라인 방송도 접속 방법을 몰라 시청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디지털 소외 문제를 해결하고 ‘디지털 포용’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모바일 금융, 기차표 예매, 키오스크 사용법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디지털 종합역량 교육을 어르신 등 정보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정책 역시 어르신들이 직접 센터를 방문해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해야하는 점, 이론상으로 배운 것을 실전 상황에서 적용하는데 생기는 어려움 등의 문제 등은 여전히 장애물이다. 

결국 디지털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르신들의 곁에서 지속적으로 디지털 정보 활용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에 대한 해답을 이미 알고 있다. 바로 ‘우리 젊은 세대’다. 

자식으로, 이웃으로서 우리가 주위의 어르신들에게 좀더 관심을 갖고, 디지털 기기, 정보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것이 ‘디지털 소외’의 가장 큰 해결책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나가는 길, 가게에서, 혹은 가정에서 디지털 기술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간단하게 설명해드리는 것은 어떨까. 마치 우리네 부모님들께서 어린 시절 작은 질문에도 정성스레 답변해주셨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행동이 하나하나 모인다면 언젠가 디지털 사회에서 어르신들이 소외받지 않는 ‘노인을 위한 나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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