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현 주소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최근 이 의원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현 주소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최근 이 의원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대권 대세론이 벌써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

최장수 국무총리라는 ‘닉네임’이 따라 붙는 이낙연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첫 국무총리를 지내며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그는 총리 재임 기간 안정적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줬고, 국회에 출석해서는 ‘사이다 답변’으로 여론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는 4‧15 총선을 앞두고 당으로 복귀해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 압승에 기여했고, 종로에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꺾으면서 대세론을 굳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총선 직후 40%대로 급상승했던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졌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4월 20~24일 실시한 4월 정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9%p) 결과, 이 의원은 40.2%를 기록해 11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는 3월 대비 10.5%p가 급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같은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6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정례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9%p)에서 이낙연 의원은 1위는 지켰으나 전달 조사보다 3.5%p 하락한 30.8%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세론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의 지지율 하락은 총선 승리 효과로 급상승했던 지지율이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과 이 의원의 지나친 신중 행보가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3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 의원의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해 “이 의원이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 압승을 이끌었기 때문에 대세론으로 쭉 가는 게 맞지만 오히려 조정 국면을 맞았다는 것은 대세론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총선 이후 이 의원이 너무 행보를 조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지나친 신중 행보에 비판 제기

이 의원의 지나친 신중 행보에 대한 비판은 당 복귀 이후 끊이지 않았다. 당내 문제는 물론이고 주요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지 않고 신중론을 유지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눈치 보기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사이다’ 발언에서 호응을 받던 이 의원이 이제는 ‘고구마’로 변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최근만 봐도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기본소득 도입 문제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정규직 전환 논란 등에 대해 발빠르게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선명성 경쟁을 벌였지만, 이 의원은 침묵을 지키거나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이 의원이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내놓은 첫 반응은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한다. 그에 관한 찬반의 논의도 환영한다”면서 “다만 기본소득제의 개념은 무엇인지, 우리가 추진해온 복지체제를 대체하자는 것인지 보완하자는 것인지, 그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였다.

이 의원은 청와대가 직접 해명에 나설 정도로 ‘인국공 사태’ 논란이 확산됐지만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인국공 사태의 본질과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인천국제공항 문제도 빨리 환노위, 국토위를 열어서 또는 합동회의를 열어서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해법이 있을 수 있는지 접근했으면 좋겠다”며 “자기 이미지 마케팅을 하는 발언을 하면 해결에 도움이 될까, 그것이 국회다움일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이 의원은 기부금 착복 의혹 등이 제기된 ‘윤미향 사태’에 대해서도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더 이상의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의 ‘인국공 사태’ 관련 발언에 대해 “자기 비전은 없고 눈치만 보는 사람 대권 자격 없다. 대권 후보는 비전으로 승부해야지 여전히 여러 부처 조정하던 총리처럼 거중 조정만 해서는 자격이 없다”며 “좋은 말로 해서 거중 조정이지 실내용은 친문과 반문 사이 눈치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보라면 정면 승부해야 한다”며 “즉 인국공 문제에 대한 본인의 해법을 제시하고 그것으로 대중의 평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나친 ‘신중 행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이 의원은 두 차례나 설화(舌禍)에 휩싸이며 스스로 대세론에 흠집을 냈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격앙된 반응을 보인 유족들에게 “제가 현재 책임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또 지난 1일에는 “남자는 엄마가 되는 경험을 하지 못해 나이 먹어도 철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차별적 발언’이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대선까지는 아직 1년 8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있다. 이 의원은 대권 도전에 앞서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획득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세론을 흔드는 ‘적색 신호’가 계속 깜박이는 것은 이 의원에게 위기감으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

이 의원도 대세론에 쐐기를 박을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일 예정된 당권 도전 선언 시점을 계기로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낙연 의원과 가까운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 의원의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해 “총선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간 측면이 있을 것이고 이낙연 전 총리 스스로가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이 여론조사에도 반영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전당대회 이후에 다시 회복 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이 전 총리는 지금은 주요 현안에 대해 지도부에서 의견을 내야할 때이지 대선주자로서 자신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견을 묻는 기회가 생기면 그에 대해 얘기를 할 것”이라며 “또 당권 주자로서 출마 선언을 하고 나면 현안에 대해 본인의 의견을 당연히 내놓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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