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콜로라도, 지난해 8월 출시… 최근 준수한 성적 기록 중
지프 글래디에이터, 올해 내 출시… 포드 레인저는 내년 출시 예정

쌍용차가 렉스턴 스포츠 칸 출시와 함께 2019년 공략을 시작했다. /쌍용차
쌍용차가 렉스턴 스포츠 칸을 앞세워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쌍용자동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픽업트럭(Pickup Truck) 부문의 규모는 아주 협소하다. 포터와 봉고 등을 제외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그간 쌍용자동차가 독식하고 있었으나, 최근 양상이 바뀌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2019년 국내 자동차 시장 전체 판매대수(174만7,497대) 대비 2.4% 규모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일부 수입차 브랜드가 한국 픽업트럭 시장에 발을 뻗치고 있어 소비자의 선택지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픽업트럭 차종은 지난 2017년까지 연간 판매량이 2만대 수준(2만2,912대)에 맴돌았으나, 2018년 4만2,021대로 83.4% 급성장했다. 이후 2019년 국내 픽업트럭 판매대수는 4만2,615대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2년 연속 4만대 이상 판매고를 기록했다. 큰 시장은 아니지만, 한국 픽업트럭 시장이 성장한 배경에는 렉스턴 스포츠가 있었다.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는 2018년 1월 출시됐다. 2017년까지 쌍용차는 코란도를 기반으로 한 코란도 스포츠를 생산·판매하다 2018년 1윌 G4 렉스턴의 혈통을 계승한 렉스턴 스포츠를 시장에 출시했다. 렉스턴 스포츠는 2018년 1월 2일부터 17일까지 사전계약 접수를 시작했다. 영업일 기준 12일 동안 렉스턴 스포츠의 사전계약 대수는 5,500여대에 달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렉스턴 스포츠에 대한 소비자의 뜨거운 반응은 이전까지 판매하던 코란도 스포츠 대비 실내공간·주행성능·적재용량 등 모든 부분이 개선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렉스턴 스포츠는 출시 첫해인 2018년 한국 픽업트럭 시장의 99% 이상(4만1,717대)을 차지했다. 이는 경쟁모델이 딱히 없는 한국 시장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했다.

쌍용차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렉스턴 스포츠 국내 출시 1년만인 2019년 1월, 차체 길이를 더 늘린 ‘렉스턴 스포츠 칸’ 모델을 새롭게 출시하며 상품성을 강화하고 나섰다. 일부 수입차 업체는 한국 픽업트럭 시장에서 쌍용차가 독점을 하고 있는 모습에 이러한 체제를 바꿔놓기 위해 속속 픽업트럭 모델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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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콜로라도가 지난해 8월 국내에 출시된 후 올해 파이를 본격적으로 늘리는 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 쉐보레

◇ 쉐보레 콜로라도, 올해 한국서 픽업트럭 시장 15% 차지

한국 픽업트럭 시장에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수입차 브랜드는 쉐보레다. 쉐보레의 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2019년 하반기, 한국GM을 통해 쉐보레 콜로라도를 한국 시장에 출시해 픽업트럭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늘려줬다.

출시 첫해인 지난해에는 8월부터 판매에 돌입해 5개월간 1,289대를 판매해 한국 픽업트럭 시장에서 3%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파이를 키워나갔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반년 간 픽업트럭 차종의 판매량은 총 1만8,588대로, 이 중 83.7%(1만5,781대)는 렉스턴 스포츠(칸 포함)가 차지했고 나머지 16.3%(3,078대)는 쉐보레 콜로라도가 양분했다. 단 1년 만에 점유율을 크게 늘린 모습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6월 수입 승용차 등록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누적 판매대수 3,078대를 기록한 쉐보레 콜로라도는 수입차 시장에서 베스트셀링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쉐보레 콜로라도의 국내 판매 가격대는 3,855만원부터 4,350만원까지로, 렉스턴 스포츠 칸과 비교할 시 소폭 비싸다. 다만 차량 가격이 최고급 트림 간 비교할 시 600만원 정도에 불과해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FCA코리아
지프가 올해 하반기 내 픽업트럭 모델 올 뉴 글래디에이터 루비콘 트림을 한국 시장에 들여온다. / FCA코리아

◇ 지프와 포드도 한국시장 정조준

쉐보레와 같은 미국차 브랜드인 지프와 포드도 한국 픽업트럭 시장을 조준했다. 아직 성장하지 않은 한국 픽업트럭 시장에 자사 픽업트럭을 출시하면서 파이를 넓힐 계획으로 보인다.

FCA(피아트크라이슬러)코리아는 지프의 픽업트럭 모델 글래디에이터를 올해 하반기 내 국내에 출시한다. 글래디에이터는 지난 2018년 12월 미국 LA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후 2년 만에 한국땅을 밟는다. 한국 시장 출시 모델은 3.6ℓ 가솔린 엔진을 품은 올 뉴 글래디에이터 루비콘 트림으로 알려졌다.

FCA코리아에 따르면, 지프 올 뉴 글래디에이터는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에서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라는 광고 영상을 앞세워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실제로 올 뉴 글래디에이터 그라운드호그 데이 광고 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1억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슈퍼볼 시즌 내내 시청자가 투표할 수 있는 62개의 광고 중에서 1등을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또한 올 뉴 글래디에이터는 ‘2020 북미 올해의 트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상은 미국과 캐나다 출신 자동차 전문가 패널 50명의 투표로 수상 차량이 선정되는데, 세계에서 권위있는 상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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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코리아도 쉐보레와 지프에 이어 자사 픽업트럭 모델 레인저를 한국 시장에 들여올 전망이다. / 포드코리아

내년에는 포드도 한국 픽업트럭 시장에 가세할 전망이다. 포드는 현재 한국 시장에 픽업트럭 레인저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아직 출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내년 상반기가 유력하다.

포드 레인저의 강점으로는 일반적인 미국차가 대배기량을 선호하는 것과 다르게 다운사이징을 거친 포드의 ‘에코부스트(Ecoboost)’ 엔진이 탑재됐다는 점이다. 2.3ℓ 가솔린 엔진인 에코부스트가 사용된 포드 레인저는 경쟁모델 대비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심장을 가졌음에도 마력이나 토크 등 출력이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최대 토크는 쉐보레 콜로라도나 지프 글래디에이터 모델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아메리칸 픽업트럭이 한국 시장에 출시될 시 쌍용차가 독식하고 있던 한국 픽업트럭 시장의 판도가 요동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뒤따른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픽업트럭 시장은 국산 픽업트럭 대표주자격인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 칸이 가성비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주행환경이 우리나라보다 거친 북미 대륙에서 반백년 간 단련을 거친 미국의 정통 픽업트럭의 성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차 브랜드의 이 같은 픽업트럭 시장 공략은 연간 4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 중인 한국 픽업트럭 시장이 아직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시장이라는 평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픽업트럭이 출시된다면 이는 시장 확대로 이어지겠지만, 한국 픽업트럭 시장을 꽉 쥐고 있던 쌍용차는 다소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쌍용차 관계자는 아메리칸 픽업트럭의 한국시장 진출에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쌍용차 관계자는 “쌍용차도 국내에서 20여년간 갈고닦은 픽업트럭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차량의 상품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미국산 픽업트럭은 한국에서의 주행 데이터를 보유하지 않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는 렉스턴 스포츠 칸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 현대자동차의 산타크루즈로 추정되는 픽업트럭 차량의 테스트 주행 모습이 종종 포착되고 있어 현대차 픽업트럭 국내 출시설이 돌고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산타크루즈는 201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로, 아직 출시와 관련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며 “미국 현지에 출시가 된다하더라도 북미 전략모델로,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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