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 제공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대북특별대표)가 금주 방한한다. 지난해 12월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금주에 방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행보와 대북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의 방한이 미국 대선 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고조된 한반도 긴장을 풀기 위한 모멘텀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 7개월 만에 방한하는 비건

비건 부장관은 오는 7~9일께 한국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일본으로 넘어갈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방한은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여 만이다.

그는 한국에 들러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만나 한미 전략 대화를 하고,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는 북핵수석대표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서훈 신임 국가안보실장 등을 예방하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새롭게 진용을 갖춘 외교·안보라인과 상견례를 진행할 가능성도 나온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방한 시에도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과거 비건 부장관은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서울과 평양을 방문해 실무적인 논의를 했고, 남북미 판문점 회동을 극비로 준비하기도 했다. 또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한국을 찾아 대북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놨다.

이에 현재 관심을 끄는 것은 대북 특별대표를 겸하는 비건 부장관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어떤 ‘좋은 소식’을 가져올지, 그리고 이에 대해 북한이 화답할 것인지에 대해서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20일 방한해 북미 실무협상 재개와 관련해 우리 측과 논의에 들어간다. /뉴시스
비건 부장관이 이번 방한을 통해 유화적인 대북 메시지를 낼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뉴시스

◇ 비건, 유화적 대북메시지 낼 전망

비건 부장관은 북한에 적극적으로 유화 메시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비건 부장관은 “외교의 문을 계속 열어 둔다면 미국과 북한엔 여전히 양측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시간이 있다”고 말했고,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했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비건의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사흘 앞둔 지난 4일 담화에서 “북미대화를 정치적 위기 해결 도구로만 여기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용 대화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 미국의 정권교체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세력에 불리해질 수 있는 북미대화에 응해, 향후 민주당 세력과 척지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다.

특히 최 제1부상은 “이미 이룩된 수뇌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집요하게 매여달리고 있는 미국과 과연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는가”라며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의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구태여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고 밝혔다. 미국이 북미 합의를 준수하고, 비핵화 및 상응조치에 대한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 대화할 수 있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비건 부장관이 판문점 등에서 대북 접촉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 대선용 북미회담은 원치 않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북한 국경이 봉쇄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건 부장관이 발신할 ‘유화적인’ 대북 메시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북한에 대화 재개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북한이 호응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또 다시 변화할 수 있다. 오는 8월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앞두고 북한이 요구하는 수준의 제재 완화 등을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나오지 않던 새로운 제안을 하기는 어렵고, 대선 전 상황 관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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