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미워킹그룹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던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뉴시스
북한이 7일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사진)의 방한일에 맞춰 북미정상회담 거부 입장을 재차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미국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대북정책특별대표)이 방한하는 7일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거부 입장을 재차 밝혔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남측의 중재 역할 의사도 거부하면서 폄하하기도 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이날 담화를 내고 “다시 한 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사람들과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비건 부장관의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조미대화(북미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 나가기 위한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며 11월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했다.

권 국상은 “(최선희) 담화에서는 때도 모르고 또다시 조미수뇌회담 중재 의사를 밝힌 오지랖이 넓은 사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며 “사실 언어도 다르지 않기에 별로 뜯어보지 않아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명명백백하게 전한 우리의 입장이었다”고 꼬집어 말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최 제1부상은 앞선 담화에서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유럽연합(EU)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선 이전에 북미 간 대화 노력이 한 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권 국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귀가 어두워서인지 아니면 제 좋은 소리를 하는 데만 습관돼서인지 지금도 남쪽 동네에서는 조미수뇌회담을 중재하기 위한 자기들의 노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헷뜬(잠꼬대하는) 소리들이 계속 울려나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점점 더 복잡하게만 엉켜돌아가는 조미관계를 바로잡는다고 마치 그 무슨 해결사나 되는 듯이 자처해 나서서 제 코도 못 씻고 남의 코부터 씻어줄 걱정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라 해야 할 것”이라며 “이제는 삐치개질(참견질) 좀 그만할 때도 된 것 같은데 그 버릇 떼기에는 약과 처방이 없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처럼 자꾸만 불쑥불쑥 때를 모르고 잠꼬대 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북남관계만 더더욱 망칠 뿐”이라며 “참으로 보기에도 딱하지만 중재자로 되려는 미련이 그렇게도 강렬하고 끝까지 노력해보는 것이 정 소원이라면 해보라는 것이다. 그 노력의 결과를 보게 되겠는지 아니면 본전도 못 찾고 비웃음만 사게 되겠는지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담화는 비건 부장관의 7~9일 방한에 맞춰 발표됐다. 비건 부장관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하고 비핵화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또 미 국무부는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 목적에 대해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언급해, 북한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북한의 이같은 메시지는 미국에 대한 ‘기싸움’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무게를 둔 외교·안보 진용을 새롭게 꾸린 가운데,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을 거부하면서 냉랭한 남북관계 기조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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