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표시는 35년 전인 1985년 시작돼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최근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뉴시스
유통기한 표시는 35년 전인 1985년 시작돼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최근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많은 소비자들이 혼동하고 있는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의미는 같을까 다를까.

사전적 의미는 서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유통기한’의 경우 상품이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한정된 시기다. ‘소비기한’은 식품을 섭취해도 건강이나 안전에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소비 최종 기한을 뜻한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7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 개정안 대표발의 관련 국회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존의 유통기한은 유통업체나 관리자의 편의를 위한 제도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도 팔지만 못할 뿐이지 구매 후에도 가정에서는 그 이상 기간 먹을 수 있다”며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을 구매해서 언제까지 먹고 버려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행법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에 대한 사용을 모두 의무화하고 있을까. 현행법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제4조)에서는 '식품 등에 제조연원일, 유통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으로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유통기한 사용만을 의무화하고 있다.
 
유통기한 표시가 시작된 것은 35년 전인 1985년이다. 당시 ‘권장유통기한’에서 2000년 유통기한으로 변경됐으며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식품 제조기술 발달과 냉장유통 체계 등 환경이 개선 크게 개선됐음에도 유통기한을 계속 사용하면서 자원 낭비와 국내 관련 사업 발달 저해 등의 부작용이 심각해 소비기한을 법률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그렇다면 선진국에서는 어떤 제도를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병원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CODEX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는 지난 2018년 7월 유통기한 표시가 소비자의 오인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식품 표시 규정에서 삭제했으며, 소비기한 표시제 사용을 국제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현재 소비기한은 EU, 일본, 호주, 캐나다, 미국 등에서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1년 9월 소비기한과 품질유지기한 도입에 따라 유통기한을 관련 규정에서 삭제했다.

송성완 한국식품산업협회 이사는 강병원 의원의 개정안 대표발의 관련 국회 기자회견에서 “유통기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식품 제조기술과 냉장 기술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며 “CODEX나 선진국에서도 소비기한 표시제를 적극 권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국내 식품의 수출 확대를 위해서라도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연말까지 식품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관련 법령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지난달 24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소비자단체·학계·업계와 함께 ‘소비자 중심의 식품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방안’을 주제로 ‘제2회 식·의약 안전 열린포럼 2020’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에 발맞춰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일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도입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이 법이 빨리 국회에서 논의되고 통과되길 바란다”며 “이를 통해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식품 산업도 또 한번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선행적으로 소비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소비기한을 규정하기 위한 정확한 과학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소비자들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잘 모르기 때문에 먼저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소비기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소비기한이 품질 변화가 부패로 이어지는 시점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도 유통 매장에서는 20~30% 정도가 식품의 냉장 온도를 잘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보관 온도를 잘 지키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다”며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제조자들이 소비기한을 설정할 때 정확한 과학적 근거하에 설정해야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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