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의 여파가 1년째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일본차 브랜드 판매실적이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뉴시스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가 1년째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일본차 브랜드 판매실적이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관계 악화와 그에 따른 ‘일본 불매운동’이 1년에 접어들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열기가 한창 때에 비해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인 가운데, 일본 불매운동이 실제 어떤 효과를 낳았는지 국내 일본차 판매실적 분석을 통해 확인해본다.

◇ 1년 접어든 ‘일본 불매운동’

한일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시점은 지난해 7월 1일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강행하면서다. 이후 양측은 강도 높은 맞대응을 이어가며 대립했고,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와 함께 국내에선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일본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일본 관련기업을 확인시켜주는 홈페이지가 등장하는가 하면, 일본에 뿌리를 둔 기업의 매장 앞에서 1인 시위가 이어졌다. 일부 기업의 경우 주요 인사의 일본 불매운동 폄훼발언 등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특히 일본차는 일본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 중 하나였다. 심지어 일본차를 때려 부순 시민과 일본차 출입을 금지시킨 주차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새로운 자동차번호판 체계 도입과 맞물리면서 새 번호판을 단 일본차들이 더욱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이에 일본차 브랜드들은 예정됐던 신차 발표 행사를 취소하는가 하면, 할인공세 등을 앞세워 판매실적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아울러 닛산은 본사의 경영위기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한국 철수’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면, 1년에 접어든 일본 불매운동은 실제 국내 일본차 판매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시사위크>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신규등록차량 집계자료를 기반으로 한 일본차 브랜드 판매실적 분석을 통해 이를 확인해왔다.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일본차 브랜드 총 판매실적은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표 왼쪽). 또한 이 기간 일본차 브랜드별 판매실적도 나란히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권정두 기자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일본차 브랜드 총 판매실적은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표 왼쪽). 또한 이 기간 일본차 브랜드별 판매실적도 나란히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권정두 기자

일본차 전체, 브랜드별 판매실적 모두 ‘추락’

먼저,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판매실적이다. 이 기간 일본차 브랜드의 총 판매실적은 2만3,222대로 집계됐다. 이는 정확히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2018년 7월~2019년 6월까지 일본차 브랜드 총 판매실적은 4만7,450대를 기록한 바 있다.

뿐만 아니다. 같은 방식으로 집계했을 때, 최근 6년 중 가장 저조한 실적에 해당한다. 앞서는 △2017년 7월~2018년 6월 4만3,889대 △2016년 7월~2017년 6월 3만9,928대 △2015년 7월~2016년 6월 3만1,447대 △2014년 7월~2015년 6월 2만6,963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불매운동이 막 시작됐던 지난해 하반기를 제외한 올 상반기 실적에서도 변화는 뚜렷하게 확인된다.

올 상반기 일본차 브랜드 총 판매실적은 1만43대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상반기 8,278대 이후 무려 9년 만의 최저치다. 일본차 브랜드 상반기 총 판매실적은 △2012년 1만1,022대 △2013년 1만1,496대 △2014년 1만1,165대 △2015년 1만4,035대 △2016년 1만6,479대 △2017년 2만978대 △2018년 2만1,285대 △2019년 2만3,482대를 기록해온 바 있다.

2010년대 초반과 비교해 현재 국내 수입차시장 규모가 2배 이상 성장했음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수치다. 특히 올 상반기 일본차 브랜드 총 판매실적은 최근 3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토요타·렉서스·혼다·닛산·인피니티 등 5개 일본차 브랜드 각각의 상반기 판매실적 역시 모두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일본차 브랜드 총 판매실적은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일본차 브랜드 총 판매실적은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입차업계 특성상 자사 혹은 시장 전반의 신차 출시·물량 확보 같은 상황에 따라 판매실적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경우는 많다. 실제 일본차 브랜드의 주요 경쟁상대들이 최근 적극적인 신차 발표 등을 통해 판매실적을 끌어올린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5년 이상을 놓고 비교해 봐도 감소세가 뚜렷하다는 점은 결코 단순한 시장상황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이 기간 또 하나의 중대변수로 떠올랐던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올 상반기 전체 수입차 판매실적(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계에 포함된 쉐보레는 제외)은 12만856대로, 오히려 지난해 상반기 10만9,314대에 비해 10.5% 증가했다.

물론 이 기간에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브랜드도 있고, 감소세를 보인 브랜드도 있다. 그러나 일본차 브랜드의 감소세는 단연 돋보인다. 혼다(-74.4%)와 인피니티(-71.6%)는 70% 이상, 렉서스(-57.0%)와 토요타(-55.6%)는 50% 이상 판매실적이 감소했다. 닛산의 경우 5.2%의 낮은 감소세를 기록했으나, 이는 한국시장 철수를 앞두고 단행한 대대적인 할인행사가 반영된 탓이다. 그밖에 비교적 높은 감소세를 보인 것은 재규어(-59.8%)와 랜드로버(-43.6%) 정도였다.
 

최종결론 : 사실

근거자료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신규등록차량 자료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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