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 왼쪽)이 2일 ‘검언유착’ 의혹을 심의할 전문 수사자문단(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사진 오른쪽)이 9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발동한 수사지휘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추 장관이 지난 2일 서울중앙지금 수사팀의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수사지휘를 내린 지 일주일 만이다.

윤 총장이 수사 지휘를 받아들이며 이번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앞으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행보에 따라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어 주목된다.

◇ 윤석열, 사실상 지휘 수용 모양새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9시쯤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며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되며 이런 사실을 중앙지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이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한다는 명시적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장관의 수사지휘로 해당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이미 상실된 상태라는 의미로,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자체수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검언유착 사건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정현 1차장-정진웅 형사1부장’의 기존 수사 지휘라인이 대검 등의 간섭없이 수사를 이어가게 됐다.

추 장관은 지난 2일 윤 총장이 소집한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 중단과 함께 대수사팀이 대검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하라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일주일 간 양측의 치열한 신경전 끝에 윤 총장이 물러서면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 내용이 그대로 이행된 셈이 됐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만시지탄이라 이제라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윤석열의 향후 행보

수사지휘권으로 인해 법무부-대검 간 갈등이 격화되자,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의 퇴진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2005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당시의 김종빈 검찰총장은 지휘 수용 후 항의의 표시로 사퇴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은 윤 총장의 사퇴를 바라지 않는 분위기였다. 윤 총장이 현 상황에서 사퇴할 경우 정치적 무게감만 더해질 뿐이라는 인식에서다. 미래통합당도 수사 지휘와 관련해 추 장관에 대한 공세를 펴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에 추 장관의 압박도 사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 ‘지휘 수용’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견해가 나왔다.

또한 윤 총장은 사퇴를 할 가능성이 낮았다. 윤 총장은 당초 지휘 수용 여부와 거취를 연계해선 안된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윤 총장은 지휘가 내려졌을 때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다고 봤다.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윤 총장이 지휘권을 ‘상실’한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것도 이같은 판단에서다.

이날 대검에서 입장을 밝히면서 ‘수사 지휘’를 사이에 둔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봉합은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은 “검찰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며 윤 총장의 과거 사례를 언급해 이번 수사지휘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아울러 이달 말 예정된 검찰 정기인사에서 양측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추 장관은 취임 직후 윤 총장의 측근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추 장관과 윤 총장은 검사장 인사안에 대한 검찰총장 의견 청취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이번 인사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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