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작성한 법무부 입장문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게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제2 국정농단’으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사진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미래통합당이 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작성한 법무부 입장문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게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제2 국정농단’으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사진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이 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작성한 법무부 입장문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게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제2 국정농단’으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해당 입장문에는 일명 ‘검언유착’ 사건을 놓고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배경 등 내부 논의과정이 담겼다.

더구나 현재 피고발인 신분인 최 대표가 법무부 공식 발표 전 입장문을 확보해 내용을 인지했다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자체가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취지다. 최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통합당은 법무부·검찰 수장이 갈등 중인 사안 관련 정부 문서가 특정 인사에게 사전 유출된 것을 일명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보다 더한 제2의 국정농단으로 보고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 법무부·최강욱 해명 촉구 나선 통합당

최 대표는 전날(8일) 22시경 페이스북에 법무부 입장문 가안으로 추정되는 글을 올렸다 약 20분 만에 삭제했다.

해당 글은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이라는 내용이다.

당시 최 대표는 이 글을 게시하며 “'공직자의 도리' 윤 총장에게 가장 부족한 지점”이라며 “어제부터 그렇게 외통수라 했는데도...ㅉㅉ(쯧쯧)”이라는 감상을 첨부하기도 했다.

해당 글은 최 대표를 비롯한 일부 친여 인사들의 페이스북에도 게시됐다. 문제는 해당 글이 게시된 시점이 법무부가 공식 발표를 하기 전 입장문이었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최 대표는 글을 삭제하고 “법무부는 그런 알림을 표명한 적이 없으니 오해 없길 바란다. 혼선을 빚어 송구하다”고 해명했다.

야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난 정권에서 권한 없는 사람들이 국정에 개입, 관여한 것을 국정농단이라 했다”며 “추 장관의 부당한 수사지휘와 관련한 법무부 방침이 사전에 권한 없는 최 대표에게 전해진 증거가 있다”고 했다.

이어 “엄중해야 할 법무부 내 논의가 최 대표에게 사전 전달됐는지 법무부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최 대표도 입수 경위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대권잠룡으로 분류되는 원희룡 제주지사도 해당 사건을 놓고 “충격적인 일” “국정농단의 재연”이라며 법무부와 최 대표를 저격했다.

원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 연설문을 최순실이 봐줬다는 보도로 시작됐는데, 추 장관 입장문을 범죄 피의자인 최강욱과 공유했다면 더 나쁜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입장문이) 최강욱에게 새어나간 것인지, 아니면 최강욱이 써 준 것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며 “법무장관이 권력 끄나풀과 작당하고 그 작당대로 검찰총장에게 지시할 때마다 검찰이 순종해야 한다면 그게 나라인가”라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주혜(왼쪽부터) 의원, 조수진 의원, 김도읍 의원, 유상범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 장관 입장문 초안 유출에 대한 철저한 감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주혜(왼쪽부터) 의원, 조수진 의원, 김도읍 의원, 유상범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 장관 입장문 초안 유출에 대한 철저한 감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통합당 법사위 소속 의원들도 가세했다. 법사위 간사 김도읍 의원과 법사위원 조수진·전주혜·유상범 의원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하지도 않은 법무부 공식 입장문 초안이 친여 인사들에게 왜, 어떻게 유출된 것인지 추 장관과 최 대표는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 공식 문서가 합법적 공식 계통을 벗어나 특정 인사에게 유출된 것은 국정농단의 본질을 이루는 중대 사안”이라며 “비선(秘線)에 의한 것도 심각하지만 힘과 권력을 가진 실선(實線)에 의한 것이라면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 진중권 “국민 바보로 아나”

입장문 사전 유출 논란의 중심에 선 최 대표와 법무부는 적극 반박 및 해명에 나섰다.

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안타깝지만 너무 무모한 추측”이라며 “제대로 공작하려면 맨 처음 글을 올리고 상당기간 유지했어야 한다”며 법무부 입장문을 올린 뒤 20분새 삭제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최민희 전 의원이 앞서 페이스북에 올린 해당 글을 발견하고 원문을 일부 수정한 뒤 게재했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이어 “검언이 시도하는 공작적 기사는 제가 비록 수구언론이 사랑하는 정치인이라 해도 수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며 “더 이상 이런 더러운 짓 하지 말자”고 했다.

법무부도 논란에 대해 “장관과 대변인실 사이의 소통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해명했다. 이어 "장관은 풀(알림) 지시를 하면서 초안인 A안과 수정안인 B안 모두를 내는 것으로 인식했으나 대변인실에서는 B만 풀을 했다”고 밝혔다.

일부 실무진이 A, B안 모두 풀하는 것으로 인식해 주위에 전파했고, 최 대표를 비롯한 다수 인사들의 페이스북에 A안이 게재됐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권·법조계에서는 법무부 공식 입장을 2가지 안으로 내려고 했다는 해명 자체가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유포하려면 확정된 안 만을 유포해야지 검토 중 버려진 가안까지 함께 전파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추 장관의 해명은 대충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변명으로 보인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최강욱의 경우 최민희의 SNS 글을 옮겨적었다고 하나 본인이 인정하듯 두 글은 문언이 다르다. 글을 퍼나르면서 굳이 문체를 바꿀 이유가 없다”며 “두 분이 국민을 바보로 아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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