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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항공산업
[위기의 항공산업 ①] 제주 이어 경남, ‘소방헬기 2호’ 도입의 의미
2020. 07. 09 by 정소현 기자 coda0314@sisaweek.com

경남도가 국산 소방헬기를 도입한다. 2015년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들려온 낭보라는 점에서 업계의 반가움이 크다. 하지만 두 번째 소방헬기 납품 계약을 맺기까지 무려 5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점은 곱씹어봐야 할 문제다. 국산헬기에 대한 정부 기관의 홀대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운용실적은 해외수출로도 직결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구조라면 최첨단 고부가가치 사업이자 일자리창출 효과가 큰 항공산업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가 자국 전략산업 육성 차원에서 국산헬기 구매 및 보급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편집자주>

순수 국산헬기 수리온이 경상남도 다목적 소방헬기에 선정됐다. 제주에 이어 두번째로, KAI를 비롯한 항공업계는 이번 경남도의 소방헬기 납품계약이 정부기관 헬기 운용 확대의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수리온 기반의 군·관용 파생형 헬기 / KAI
순수 국산헬기 수리온이 경상남도 다목적 소방헬기에 선정됐다. 제주에 이어 두번째로, KAI를 비롯한 항공업계는 이번 경남도의 소방헬기 납품계약이 정부기관 헬기 운용 확대의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수리온 기반의 군·관용 파생형 헬기 / KAI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이 경남도에 소방헬기를 납품한다. KAI는 지난달 19일, 경상남도 소방본부의 ‘다목적 소방헬기 구매사업’에 수리온(KUH-1)이 선정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KAI는 2022년 6월까지 소방헬기 1대와 지원장비, 수리부속, 교육훈련 등을 경남소방본부 119특수구조단에 납품한다.

◇ KAI “경남도의 국산 소방헬기 도입, 국내 항공제조업에 큰 힘”

경상남도 소방본부에 납품될 소방헬기는 수리온을 기반으로 한다. 수리온은 지난 2012년 KAI가 중심이 돼 민관합동으로 개발한 국산 헬기로, 1조3,000억원이 투입됐다. 의료수송, 산불진화, 긴급출동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수리온 소방헬기’에는 항공수색·인명구조, 응급환자 이송 등 임무 수행을 위한 장비들이 장착된다. 특히 도서·산간지역에서 안전한 임무 수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첨단 항공전자 시스템을 탑재할 예정이다.

KAI에 따르면 최신 통합형 항전장비인 Avionics Suite G5000H이 장착되며 4축 자동비행조종장치, 기상레이더, 철탑/고압선 정보가 제공되는 한국형 3차원 전자지도, 해상비행을 위한 비상부유장치 등이 장착돼 비행 안정성이 높다. 이와 함께 산소공급 장치, 심실제동기 등이 포함된 응급의료장비(EMS Kit)를 비롯해 신속한 인명구조를 위한 외장형 호이스트(Hoist), 비상신호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탐색구조 방향 탐지기(SAR DF)와 화재진압을 위해 배면물탱크도 장착된다.

특히 수리온은 경남 소방헬기로 납품되는 2022년에는 국토부로부터 제한형식증명을 획득한다. 이는 소방헬기 입찰 요구도인 구조/구급, 소방 등 특수임무에 관한 헬기 형식을 완비하는 것으로 향후 소방헬기로서 운용이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 안현호 사장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제조업에 국산헬기 도입은 큰 힘이 된다”며 “철저한 품질 관리로 경남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완벽한 소방헬기를 제작 납품하겠다”고 밝혔다.

경남 소방본부 관계자는 “수리온 소방헬기는 해상과 강풍이 많은 제주지역에서 운용성능이 입증되어 도서지역이 많은 경남의 환경에 최적화된 헬기”라며 “운용유지나 후속지원 측면에서도 국산헬기가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경남의 핵심 산업인 항공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경남도가 앞장서 국산 소방헬기를 도입한다. 김경수(사진) 경남도지사는 “각 시도에서 관용헬기 도입 또는 낡은 헬기를 교체할 경우 KAI가 생산하는 수리온을 구매해달라”고 직접 수리온 구매를 호소해 왔다. / 뉴시스
코로나19로 경남의 핵심 산업인 항공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경남도가 앞장서 국산 소방헬기를 도입한다. 김경수(사진) 경남도지사는 “각 시도에서 관용헬기 도입 또는 낡은 헬기를 교체할 경우 KAI가 생산하는 수리온을 구매해달라”고 직접 수리온 구매를 호소해 왔다. / 뉴시스

◇ 제주 이은 2번째 도입, 관용헬기 운용 확대 기대

이번 소방헬기 납품 계약은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르다.

당장 코로나19로 항공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전해진 낭보라는 점에서 업계에 반가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항공제조업 전체 매출의 70% 가까이 차지하는 경남 사천 항공산업 클러스터에는 항공부품업체 60여곳이 입주해 있다. KAI 등 주요 항공 제조업체가 제품을 수주하면 나머지 부품 협력사들이 일을 나눠서 맡는 구조로, 수리온 제작에만 엄청난 수의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중소 항공제조업체들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대부분 업체들은 KAI를 통해 보잉과 에어버스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데, 이들 민항기 제작사들이 항공기 생산을 크게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경수 경남도지시가 ‘수리온 전도사’를 자처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김경수 지사는 “각 시도에서 관용헬기 도입 또는 낡은 헬기를 교체할 경우 KAI가 생산하는 수리온을 구매해달라”고 직접 수리온 구매를 호소해 왔다.

김 지사는 정부지원 요청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등에게 국산헬기를 사줄 것을 호소하며 항공업계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KAI 입장에선 ‘난공불락’이었던 시장에 실적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사실 수리온 소방헬기는 임무 수행을 위한 조건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부기관의 철저한 외면을 받으며 문전박대 신세를 겪어 왔다. 소방헬기를 사용해야 하는 일부 지자체 소방본부들이 관용헬기를 구입하면서 국내 업체는 입찰에 참여조차 할 수 없도록 기준을 높인 탓이다.

실제 2013년 이후 수리온 소방헬기 납품 실적은 제주소방본부 한 곳이 전부였다. 특히 2015년부터 작년까지는 강원·서울·부산·전남소방본부가 실시한 입찰에서 모두 배제됐다. 최근 소방헬기 신규 구입을 준비중인 전북소방본부 사전규격에도 국산헬기가 충족하기 어려운 요건이 포함되면서 수리온은 입찰 참여가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5월 18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소방헬기 입찰 때 자격 조건을 외국산 헬기로 정해 놓은 것을 지적하며 “경쟁력을 갖춘 수리온이 최소한 입찰에는 참여하게 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KAI를 비롯한 항공업계는 이번 경남도의 소방헬기 납품계약이 정부기관 헬기 운용 확대의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항공전문가들과 관련 업계, 지자체장들도 나서 국산헬기 도입의 필요성을 정부에 강력히 건의하고 있다. 최근엔 산림청장을 역임한 미래통합당 하영제 의원이 박종호 산림청장에게 수리온의 산불진화용 구매를 확대해줄 것을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하 의원은 박종호 산림청장을 만난 자리에서 “KAI가 순수 독자기술로 만든 수리온은 세계 어느 헬기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명품헬기”라면서 “그럼에도 일부 정부부처들의 잘못된 선입견들이 국산헬기를 등한시하고 있다. 산림청이나 해경이 헬기를 도입할 경우 반드시 국산 헬기인 수리온의 장점을 잘 반영해 꼭 구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6월 29일엔 소방헬기 도입과 관련, 정문호 소방청장의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국산헬기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정문호 소방청장은 “항공안전법의 조항을 잘 검토해서 국산 소방헬기 도입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우주산업 발전은 결코 업체만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의 협력을 통한 새로운 상생모델 구축 돼야만 국가 전략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국내 관용헬기 시장이 국산 항공기를 중심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