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을 거부한 것을 두고 정의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뉴시스
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을 거부한 것을 두고 정의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의당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과 관련해 후폭풍을 맞고 있다. 앞서 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고(故) 박 시장 조문 거부를 두고 당내 갈등이 촉발됐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오히려 정의당의 환골탈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류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고(故) 박 시장 조문과 관련해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한다는 이유에서다. 장 의원 역시 다음 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라며 조문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의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은 들끓었다. 게시판에는 ‘사람에 대한 예의도 이해도 없다’, ‘미래통합당보다 더 심하게 고인을 욕보였다’는 등의 비판 글이 이어졌다. 반면 두 의원의 의사를 지지하는 글들도 나오며 당내 갈등이 과열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정혜연 전 정의당 청년부대표도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이와 관련해 “원내에서 우리당의 스피커가 되는 청년 국회의원이 지금 상황의 원인이라는 것에 더 참담함을 느낀다”며 “두 국회의원은 자신들의 발언이 어떤 논란을 가져올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 않았는가”라며 두 의원을 겨냥하기도 했다.

당원들의 탈당 움직임은 실제로 이어졌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탈당하는 분이 실제로 있다”며 “저희가 볼 때는 그렇게 많은 분들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김 선임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서 “당 차원에서는 조문과 그 다음에 피해 호소인을 보호하는 두 가지 조치를 다 취하자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며 “(이번 사태는) 진통과정, 질서 있는 토론과 서로 인식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류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박 시장님을 모욕했다는 식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인권 변호사, 시민운동가, 서울시장으로서 박 시장을 존경했다”며 “하지만 그때 한 사람만큼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고소인 편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오히려 정의당의 변화의 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뉴시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오히려 정의당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시스

◇ 정의당, ′변화′ 위한 몸살?

그간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앞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모친상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 인사들이 조화를 보낸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정의당을 향한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당내 갈등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다르다.

다만 정의당의 몸살이 변화를 위한 수순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전날(12일) 페이스북에 “원래 민주당에 갈 사람들이 본의 아니게 정의당에 와 있었던 것 뿐”이라며 “이참에 진보정당으로서 제 색깔을 뚜렷하게 하고 진보 성향 당원을 새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포스트 심상정’ 등 세대교체 고심이 깊었던 정의당 입장에선 청년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마냥 비관적일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정의당이 조국 사태와 관련해 부침을 겪었던 상황에서 이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사람도 정의당 청년 정치인이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두 의원의) 정치적 행보가 미숙했고 발언이 성급했다”면서도 “다만 그러한 메시지도 필요하다고 본다. 건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의 민주당 2중대, 진보진영 2중대의 허물을 벗기 위한 노력은 분명히 보인다. 그 속에서도 ‘포스트 심상정’을 고민한 흔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당의 메시지 혼선으로 벌어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일부 당원들은 지도부의 책임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 정의당 혁신위원은 당 홈페이지에 “당원들이 탈당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왜 아무말도 없이 가만히 있는 것인가”라며 “사태를 책임있게 수습하라”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 역시 이날 본지 통화에서 “당내 목소리가 중구난방식으로 가는 것은 안 된다. 당 지도부가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하고 난 다음에 개별적인 행동으로 이어졌어야 했다”며 “당의 메시지가 혼선이 되다 보니 듣는 사람들이 불쾌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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