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영결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뉴시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영결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13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 절차가 끝난 뒤 미래통합당이 박원순 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특별시장(葬) 5일장으로 치러진 박 시장의 장례 절차는 이날 마무리됐다.

성일종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추모가 끝난 후에는 박 시장의 여비서 성추행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이 반드시 이뤄져 피해 여성의 억울함을 해결해야 한다”며 밝혔다.

성 위원은 이어 “이것이 공정과 정의이고, 권력형 성범죄 근절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과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열풍이 불 때 누구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줬던 더불어민주당도 당연히 동참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비대위 회의 직후 별도 브리핑을 통해 “(박 시장의) 영결식이 끝나면 피해자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박 시장에 대한 추모와 고인에 대한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은 별개라는 취지다.

◇ 여권 '쉬쉬'… 통합당 “침묵 멈춰야”

민주당은 지난 9일 박 시장 사망 후 고인의 지난 업적을 기리고 추모하는 데 집중했다. 전날(12일)까지 고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실상 침묵 모드로 일관했다.

이날 오전 김해영 민주당 의원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일원으로서 서울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향후 당 소속 공직자의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당 차원의 성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첫 사과한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오후에는 강훈식 대변인이 별도 브리핑을 통해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며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데 사과한다. 당은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유감을 표했다.

통합당은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쉬쉬하는 민주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날 “(박 시장에게) 4년 간 성추행으로 고통을 받았다”는 고소인 측 입장이 발표된 데 대해서도 강력 성토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고인에 대해 쏟아지는 의혹을 스스로 언급하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 있을 수 있지만 침묵하지 말라. ‘공소권 없음’의 사법절차 뒤에 숨지 말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당신들의 침묵은 피해자가 당한 고통의 진실을 가리고 상처를 치유할 유일한 길을 차단할 것”이라며 “홀로 어둠 속에서 고통 받았을 피해 여성에게 손을 내밀고 지켜주는 것이야말로 여성 인권을 위해 싸워왔던 고인을 진정 추모하는 길임을 깨달아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전 비서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 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며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싶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다”고 호소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해당 비서를 돕기 위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 성추행은 4년 동안 지속됐다”며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전 비서의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상황이 그대로 전달됐다며 수사당국을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선진보훈 정책과 보상지원 확대 방안’ 정책토론회 후 브리핑에서 “수사상황이 상부로 보고되고 그것이 피고소인(박 시장)에게 바로바로 전달된 흔적이 있어 장례 절차가 끝나면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사진은 주 원내대표가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선진보훈 정책과 보상지원 확대 방안’ 정책토론회 후 브리핑에서 “수사상황이 상부로 보고되고 그것이 피고소인(박 시장)에게 바로바로 전달된 흔적이 있어 장례 절차가 끝나면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사진은 주 원내대표가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 통합당,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벼르는 이유

통합당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고인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할 계획이다. 통합당 소속 행정안전위원은 박완수(간사)·이명수·권영세·박수영·서범수·김용판·최춘식·김형동 의원 등이다.

특히 피고소인인 박 시장이 고소 사실 및 수사상황을 사전 파악하게 된 정황을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들여다 계획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선진보훈 정책과 보상지원 확대 방안’ 정책토론회 후 브리핑에서 “수사상황이 상부로 보고되고 그것이 피고소인(박 시장)에게 바로바로 전달된 흔적이 있어 장례 절차가 끝나면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장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데 대해 뭔가 곡절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 문제점이 무엇인지 국회 차원에서 철저히 챙기는 과정을 반드시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합당은 전 비서의 고소 사실이 고인에게 부적절한 경로로 사전 유출된 것이 밝혀질 경우, 공무상 비밀누설 및 증거인멸교사 요소가 다분하다고 판단,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고인이 성추행 의혹을 받는 도중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음에도 막대한 세금이 소요되는 서울특별시장으로 장례 절차가 갑작스럽게 결정된 데 대해 과정 상 문제가 없었는지 서울시 관계자를 통해 면밀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관련,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특별시장은 시 예산으로 집행하는 일종의 국가주관 장례식”이라며 “일반적으로 국가장은 그 법의 취지에 따라 국민적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했을 때 치러지는데 이번은 사안이 다르다”고 했다.

이어 “의혹에 대한 명확한 진실 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 온 국민의 슬픔이라 할 수 있는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른다면 피해자가 느낄 압박감과 중압감은 누가 보상하나”라며 “이 장례에 어떤 공익적 의미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또 정부장의 법적 근거가 담긴 정부의전편람에 따르면, 해당 장례 절차를 밟기 위해선 고인의 소속기관(서울시)이 행정자치부·국무총리비서실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치고 소속기관장 제청으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가 속전속결로 해당 절차를 다 마쳤는지, 만약 마쳤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고인의 성추행 의혹을 인지한 상태에서 국가장을 허가했다는 것인지 진상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하 의원 생각이다.

하 의원은 “법적 근거도 없는 장례식 대신 피해자가 몇 명인지, 피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2차 가해를 막을 방법이 뭔지부터 먼저 발표하라”며 “슬픔과 진실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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