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당헌 규정에도 불구하고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당헌 규정에도 불구하고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 문제를 놓고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성추문에 휩싸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각각 자진 사퇴와 사망으로 중도 하차하면서 핵심 광역단체장 두 곳이 공석이 됐다. 부산과 서울시장 자리는 내년 4월 보궐선거를 통해 채워진다.

21대 총선 선거법 위반 재판과 함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 등 다른 광역단체장들도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결과에 따라 4월 재보궐 선거 지역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당헌 96조 2항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는 점이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조항은 지난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지낼 당시 ‘김상곤 혁신위’에서 만들어졌다.

내년 4월 재보선은 2022년 3월 예정된 대선을 약 11개월 앞두고 치러지게 된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확정으로 판이 커지면서 대선 전초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4월 재보선 결과는 대선은 물론이고 대선 3개월 뒤에 치러지는 제8회 지방선거 향배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1여당 입당에서는 대선급 선거에 후보를 안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당헌을 위반하면서 후보를 낼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일부 의원은 ‘무공천’을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인 전재수 의원은 지난 13일 부산시의회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은 후보를 안 내고 다음 선거 때 제대로 해보는 것이 맞다”며 “이번에는 확실하게 죽고 다음 선거 때 후보를 내 시민께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고개 드는 공천 불가피론

그러나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정치적 부담감이 따르는 만큼 아직은 공개적인 언급을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당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박 전 시장과 오 전 시장의 사례는 당헌상의 무공천 사유인 ‘부정부패 등’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론되기도 한다.

4선의 한 중진 의원은 14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아직은 그와 관련해서 의견을 낼 생각은 없다”고 말했고, 3선의 한 의원도 “그 문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아직 의견을 낼 때는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지도부는 아직 이에 대해 공식적인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지도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미리 공천 방침을 확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은 차기 지도부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허윤정 대변인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문제는 오늘 논의된 것은 없다”며 “그 문제는 새로운 지도부가 준비하고 주도해 가는 게 맞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권 경쟁자인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년 보궐선거 공천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시기가 되면 저도 할 말을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반면 김부겸 전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국 전체를 가늠하는 또 다음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하고 직접적인 영향이 되는, 정당으로서는 사실상 자신들의 존립 근거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선거가 돼버렸다”며 “그래서 우리 당헌당규만 고집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가 되어 버렸다”라며 공천 불가피성을 설파했다.

김 전 의원은 “만약 우리가 당헌을 지키기 어려울 경우에는 분명히 국민들에게 지도부가 설명 하고 사과도 하는 그런 일이 있어야만 변화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는 국민적인 신뢰를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4월 재보궐 선거가 다가올수록 야당의 ‘무공천’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래통합당 박수영 의원은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민주당이 서울·부산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당헌에 들어 있는 조항을 그대로 공직선거법에 넣자고 하면 (민주당이) 설마 반대는 안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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