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 회장이 이끄는 SM그룹이 순환출자고리를 완전히 해소했다. /뉴시스
우오현 회장이 이끄는 SM그룹이 순환출자고리를 완전히 해소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SM그룹이 ‘순환출자고리 해소’라는 과제를 마침내 매듭지었다. 때마침 찾아온 ‘좋은 타이밍’ 덕분에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게 된 모습이다. 다른 한편으론 결과적으로 ‘정치인 테마주’를 활용하는 모양새가 돼 씁쓸함도 남기게 됐다.

◇ SM그룹 2017년 185개 달하던 순환출자고리 모두 해소

2017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SM그룹은 당시 무려 185개의 순환출자고리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도 62개 계열사 중 20개 계열사가 185개의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지배구조였다.

SM그룹이 거미줄 순환출자고리를 지니게 된 이유는 적극적인 M&A로 덩치를 키워왔기 때문이었다. 인수합병 과정에 여러 계열사가 함께 참여하다보니 순환출자고리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말았다.

문제는 이 같은 순환출자고리가 우리 경제계의 대표적인 ‘악습’으로 꼽혔다는 점이다. 순환출자고리는 그룹 총수가 적은 지분만 가지고도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또한 여러 문제와 얽혀 투명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위기가 닥칠 경우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이기도 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며 순환출자고리 해소 숙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SM그룹은 곧장 정리 작업에 돌입했다. 계열사 간 지분매각과 합병 등의 방법을 통해 2018년 순환출자고리를 27개로 뚝 떨어뜨렸고, 2019년엔 5개만 남겨놓게 됐다.

그리고 최근 SM그룹은 남아있던 순환출자고리마저 모두 해소했다. 순환출자고리 해소라는 무거운 숙제를 3년여 만에 벗어던진 것이다.

SM그룹의 완전한 순환출자고리 해소는 에스엠하이플러스의 남선알미늄 지분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에스엠하이플러스는 지난 9일 보유 중이던 남선알미늄 지분 9.9%를 모두 장내매도했다. 이로써 남선알미늄 지분을 보유한 SM그룹 계열사는 (주)삼라 한 곳만 남게 됐다.

이와 관련해 SM그룹 측은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한 기업의 노력과 시장에서의 평가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낙연 테마주’ 효과 ‘쏠쏠’

흥미로운 대목은 SM그룹이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 기막힌 타이밍으로 1석2조 효과를 봤다는 점이다.

SM그룹 마지막 순환출자고리 해소의 중심에 있던 남선알미늄은 이른바 ‘이낙연 테마주’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다만, 테마주로 지목된 배경은 썩 합리적이지 않다. 2018년 2월 SM그룹에 인수된 삼환기업 대표로 2018년 6월 이낙연 전 총리의 동생이 취임하면서 남선알미늄은 ‘이낙연 테마주’가 됐다. 남선알미늄이 삼환기업 지분을 보유 중인 것은 아니었고, SM그룹 계열사라는 게 이유였다.

남선알미늄은 이낙연 전 총리의 동생이 지난해 11월 삼환기업 대표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여전히 ‘이낙연 테마주’로 꼽혀오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을 비롯해 이낙연 전 총리의 행보에 따라 주가가 큰 폭으로 요동친 바 있다.

덕분에 SM그룹은 남선알미늄 관련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함과 동시에 쏠쏠한 현금화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SM그룹이 남선알미늄 관련 순환출자고리 해소 작업에 본격 돌입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먼저, 남선알미늄 2·3대 주주였던 우방산업과 (주)삼라가 지난해 말 합병하면서 (주)삼라가 남선알미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어 지난 4월 동아건설산업이 4.42%의 남선알미늄 지분을 전량 처분했고, 에스엠하이플러스도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이후 에스엠하이플러스는 지난 6월 및 이달 초에 걸쳐 나머지 남선알미늄 지분도 모두 처분했다.

공교롭게도 동아건설산업이 남선알미늄 지분을 전량 처분하고 에스엠하이플러스도 지분 일부를 처분했던 지난 4월은 총선을 앞두고 ‘이낙연 테마주’ 효과가 정점에 달했을 시기다. 또한 에스엠하이플러스가 나머지 남선알미늄 지분을 처분한 6월~7월 역시 이낙연 전 총리가 더불어민주당 당권도전 행보를 본격화한 시기와 겹친다.

뿐만 아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 역시 본인이 보유 중이던 남선알미늄 지분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모두 처분한 바 있다. 우오현 회장의 지분 처분 시점은 지난해 6월과 올해 3월 말로, 이 역시 ‘이낙연 테마주’가 들썩인 시기였다. 이를 통해 우오현 회장이 거머쥔 현금은 215억원이 넘는다.

SM그룹 측은 이 같은 지분 처분이 특정 정치인 테마주 현상과 무관하며, 법적으로 문제없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테마주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준대기업그룹과 그 총수가 결과적으로 정치인 테마주 효과를 쏠쏠하게 누리게 됐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3년 만에 마무리된 SM그룹의 순환출자고리 해소가 다른 한편으론 다소 씁쓸한 구석을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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