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배우 이레가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 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NEW
아역배우 이레가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 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부산행’에 마동석이 있다면, ‘반도’엔 이레가 있다.”

천만 영화 ‘부산행’에 이어 ‘반도’로 돌아온 연상호 감독이 아역배우 이레를 두고 한 말이다. ‘반도’에서 생존을 위해 운전대를 잡은 아이 준이를 연기한 이레는 극강의 전투력과 강렬한 카리스마로 대선배들 앞에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연상호 감독의 자신감은 허풍이 아니었다.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2016년 개봉해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일으킨 ‘부산행’의 세계관을 잇는 작품으로, 한국 최초로 인류 멸망 이후를 다루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다.

오늘(15일) 개봉한 ‘반도’는 더 커진 스케일과 확장된 ‘연니버스’ 세계관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부산행’과는 사뭇 달라진 캐릭터 활용법도 호평의 이유로 꼽히는데,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나 약자였던 노인과 여성, 어린아이를 좀비와 싸워 나가는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내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 중심엔 이레가 연기한 준이가 있다. 온 나라를 집어삼킨 재난 후 좀비가 들끓는 도심 속에서 살아남은 준이는 폐허의 땅에서 생존을 위해 운전대를 잡고 좀비들과 싸우는 인물이다. 준이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카체이싱 액션을 선보일 뿐 아니라, 연상호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준이로 분한 이레는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충실히 해낸다. 거침없는 운전 실력으로 속도감 넘치는 카체이싱을 완벽하게 소화해 짜릿한 쾌감을 안기고, 의젓하게 동생을 챙기다가도 가족 걱정에 눈물을 참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모습까지 폭넓게 소화해 마음을 흔든다. 강동원‧이정현‧권해효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활약을 펼친다.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이레.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이레.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이레의 탁월한 캐릭터 해석력이 돋보인다. 앞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레는 “준이는 어렸을 때부터 폐허가 된 세상에서 자란 아이”라며 “그렇다 보니 상처도 있고, 거친 곳에서 자라서 많은 것에 무뎌져있다. 그래서 이 아이의 마음까지 봐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제작진과 출연진도 이레의 열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서대위를 연기한 구교환은 이레의 카체이싱 장면을 두고 “‘터미네이터 2’에서 에드워드 펄롱을 본 이후 그런 멋진 드라이빙 연기를 마주하게 된 건 이레가 처음”이라고 극찬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연상호 감독과 강동원도 “‘반도’는 이레가 주인공”이라며 이레를 치켜세워 이목을 끌었다.

올해로 14세인 이레는 어엿한 9년 차 배우다. 어린이 모델로 활동하다 2012년 드라마 ‘굿바이 마눌’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오자룡이 간다’(2012)에서 김별 역을 맡아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은 뒤 영화 ‘소원’(2013)으로 스크린에 진출했다.

‘소원’에서 이레는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소원 역을 맡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연기 경력이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고, 해당 작품으로 2014년 베이징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 ‘오빠생각’(2016) 등과 드라마 ‘슈퍼대디 열’(2015), ‘육룡이 나르샤’(2015~2016), ‘돌아와요 아저씨’(2016),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2018~2019)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이레는 ‘누군가의 아역’에 머무는 것이 아닌, 매 작품 새로운 캐릭터를 완성해내며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이레의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키워드

#이레 #반도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