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마트가 일본 불매운동 속에서도 견조한 매출을 기록하는 등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ABC마트가 일본 불매운동 속에서도 견조한 매출을 기록하는 등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하반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국내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난 지 어느덧 1년째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한일관계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가운데, 일본 불매운동의 열기가 한창 때와 비교해 열기와 다소 누그러진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 불매운동이 상당수 소비자들의 일상으로 안착된 측면 또한 상당하다. 한때 잘나갔던 적잖은 일본 제품 및 기업들이 뚝 떨어진 매출과 더딘 회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예 한국에서 발을 빼는 모습도 포착된다.

이런 가운데, ‘욱일기 광고’ 논란까지 겹쳤던 ABC마트가 순항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그 어떤 기업 못지않게 뚜렷한 일본기업이지만, 업종 특성에 가려져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다.

◇ 욱일기 광고에 로열티까지… 그래도 ‘순항’

ABC마트의 뿌리는 일본에 있다. 2002년 일본에서 한국으로 진출했다. 당시엔 일본 쪽 지분이 51%, 한국 쪽 지분이 49%인 합작 형태였으나, 2010년 이후 일본 지분 비중이 점점 높아졌다. 현재는 일본 쪽 지분이 99.96%에 달한다. 이기호 ABC마트코리아 대표 등이 나머지 0.0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일본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ABC마트 역시 일본에 뿌리를 둔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중대 악재를 마주했다. 일본 불매운동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대다수 ABC마트 매장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본 불매운동이 1년째에 접어든 가운데, ABC마트는 오히려 순항을 이어나가고 있다. ABC마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5,458억원으로 2018년 5,114억원에 비해 6.7% 증가했다. 일본 불매운동이 1년의 절반을 집어삼켰음에도 매출액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역대 최대 매출을 1년 만에 재차 갈아치운 것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다. 매장도 늘어났다.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256개였던 전국 매장수가 올해 6월 기준 276개로 20개 증가했다.

일반 소비자들과 접점이 넓은 패션업계는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가 가장 큰 대표업계였다. 유니클로를 비롯해 적잖은 일본기업들이 매출 하락, 매장 수 감소 등의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더욱이 ABC마트는 ‘욱일기 광고’ 전력으로 더욱 싸늘한 시선을 받은 바 있다. 일본 전범기 퇴출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해 8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ABC마트가 과거 스페셜 매장 ‘메가 스테이지’를 통해 전범기가 들어간 광고를 상영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ABC마트는 단순히 일본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건너온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로열티 명목으로 81억원을 일본에 보냈다. 2010년 이후 일본으로 향한 로열티가 589억원에 달한다. 로열티 뿐 아니라 총 1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ABC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결국 그 돈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일본으로 빠져나간 자금이 수백억대에 달하는 반면, 국내에서의 기부금은 초라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부금은 2,5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기부금이 많았던 해에도 연간 3억원에 미치지 않은 바 있다.

이처럼 ABC마트는 일본 불매운동의 핵심타깃이 되기에 충분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를 피해 순항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업종 특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ABC마트는 대표적인 신발 멀티매장이다. 유니클로나 다른 패션기업처럼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다른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을 가져다 판매하는 유통업체다. 물론 자체 PB브랜드 제품도 선보이고 있지만, 내막을 잘 모르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다. ABC마트 온라인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즉, 소비자들은 ABC마트에서 신발을 구입해도 ABC마트가 아닌 나이키나 아디다스를 이용했다고 여기게 된다. 유명 브랜드 신발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일본기업인 ABC마트를 이용했고, 신발을 구입한 돈 중 일부가 결국 일본으로 향하게 된다는 사실을 대다수의 소비자는 인지하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ABC마트는 멀티매장 특성상 한 매장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살펴볼 수 있고, 주요 번화가는 물론 여러 백화점·쇼핑몰·아울렛에 입점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게 큰 장점”이라며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소비자들 중에도 편의점에서 일본 맥주를 구입하지 않듯 일본 브랜드 제품만 구입하지 않으면 된다고 인지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일본 신발 브랜드는 큰 타격을 입었을지 몰라도 ABC마트는 건재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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