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프로야구가 두 팀의 동반부진 속에 이례적인 순위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뉴시스
2020시즌 프로야구가 두 팀의 동반부진 속에 이례적인 순위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뒤늦게 출발한 올 시즌 프로야구가 또 다른 의미에서 기이한 시즌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5월, 어렵게 시작된 올 시즌 프로야구는 지난 16일까지 팀별로 60경기 안팎을 치른 상태다. 초반을 지나 중반으로 접어들며 본격적인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선두는 NC 다이노스다. NC 다이노스는 0.678의 높은 승률로 선두를 질주 중이다. 이어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 다음이다. 4위 기아 타이거즈부터 8위 롯데 자이언츠까지 5팀이 촘촘하게 붙어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나란히 59경기를 소화했는데, 기아 타이거즈의 승률은 0.587, 롯데 자이언츠는 0.492다. 승률이 1할 차이도 나지 않는다. 게임차로 치면 3게임이다. 5팀이 3게임 사이에서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롯데 자이언츠의 승률이다. 59경기 29승 30패를 기록 중인 롯데 자이언츠는 승패마진이 겨우 -1에 불과하다. 순위표의 숫자 8과 0.492라는 승률이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프로야구에서 승률 5할은 나름 특별하다. 숫자 그대로 ‘중간은 간다’는 의미이자, 가을야구 진출의 분수령이 되는 지점이다. 지난해까지 38번의 시즌을 거치는 동안 5할 승률을 넘긴 팀들은 대부분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그리고 5할에 가장 가까운 승률을 기록한 팀이 가을야구의 막차를 타곤 했다.

물론 간혹 예외도 없지는 않았다. 지난해의 경우 KT 위즈가 정확히 5할 승률을 기록하고도 6위에 그치며 고배를 마셨다. 팀 창단 이후 첫 가을야구 진출을 바라봤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운 결과였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다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한화 이글스가 승률 0.508로 5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하고도 5위에 그치며 가을야구 티켓을 놓쳤다. 또한 두산 베어스는 2006년 승률 0.512, 2002년 0.504를 기록하고도 모두 5위에 그친 바 있다. 단일리그 체제로 이어진 2001년 이후 5할 승률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것은 4번뿐이다.

그런데 올 시즌엔 현재 2개 팀이 5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하고도 5위 아래로 처져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승률 5할로 올라설 경우 3개 팀이 된다. 아주 이례적인 순위표 양상이다.

이 같은 기이한 현상을 불러온 것은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다. 각각 최하위 꼴찌와 9위로 처져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역대 최다연패 타이 기록을 세운 한화 이글스는 승률 0.274, 역시 깊은 부진에 빠진 SK 와이번스는 승률 0.306를 기록 중이다. 한때는 두 팀 모두 2할대 승률에 머물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는 나머지 8개 구단의 상대전적에서 대부분 열세에 놓여있다. 한화 이글스가 두산 베어스와 3승 3패를 기록 중인 것 정도만 예외다. 나머지 8개 구단의 승률이 인플레 현상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팀 상징에 날개가 있는 ‘유이한’ 팀이다. 한화 이글스는 독수리, SK 와이번스는 상상 속 동물인 비룡이 팀을 상징한다. 5할 승률을 기록하고도 가을야구의 고배를 마시는 팀이 우수수 등장하지 않기 위해선 두 팀의 날갯짓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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