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이 사회적경제기업 자금 공급 실적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SC제일은행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은행권이 정부의 사회적 금융 활성화 기조에 발을 맞추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사회적경제기업에 공급된 대출이 전년 말 대비 17.2%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들이 대출 확대에 적극 뛰어든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외국계 은행들은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SC제일은행은 은행들 가운데 가장 낮은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 SC제일은행, 사회적경제기업 대출 실적 업계서 가장 낮아 

사회적금융이란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 경제적 이익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자금 수요자에 대출이나 투자, 보증을 해주는 금융을 뜻한다. 정부는 2018년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사회적금융협의회를 구성해 제도개선과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은행권은 사회적 가치 실현과 포용적 금융 실천을 위해 정부의 사회적금융 활성화 정책에 발을 맞춰왔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사회적금융협의회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은 올해 6월말 기준 사회적경제기업에 9,961억원(잔액기준)의 대출 자금을 공급했다. 이는 전년 말 기준 대출잔액(8,498억원)보다 17.2%(1,463억원) 증가한 규모다. 

6월말 기준 기업유형별 대출 비중을 살펴보면 사회적 기업에 대한 대출이 7,796억원(78.3%)으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협동조합 1,915억원(19.2%), 마을기업 205억원(2.1%), 자활기업 45억원(0.5%) 순으로 나타났다. 

각 은행별로 대출 실적을 살펴보면 기업은행이 2,708억원(전체 자금의 27.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1,903억원, 19.1%), 농협(1,281억원, 12.9%)이 전체 실적의 과반을 차지했다. 주요 은행들은 중소상환수수료 면제 및 우대금리 제공 등을 혜택을 담은 사회적경제기업 특별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사회적경제기업 자금 지원에 유독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SC제일은행은 전체 은행들 가운데 사회적경제기업 자금 공급 규모가 가장 작았다. 올 6월 말 기준 SC제일은행이 사회적경제기업에 대출한 자금은 14억2,200만원에 그쳤다.

이는 최근 SC제일은행이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지원 의지와 보인 것과는 사뭇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 5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및 사회연대은행과 소셜벤처의 코로나19 극복 지원을 위해 6억원 지정기탁 협약을 맺었다고 21일 밝혔다. 

소셜벤처는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조직이다. SC제일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공공의료, 보건서비스 등을 통해 코로나19 극복에 기여한 소셜벤처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사회적 기업 지원 의지에도 자금 공급은 업계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행보는 SC제일은행의 고배당 행보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안팎의 따가운 눈총에도 대주주에 대한 폭탄배당을 이어온 곳이다. 지난해 회계연도에 대해선 결산배당으로 1,550억원을 본사에 집행했다.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의 비중)은 49.3%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 초 깜짝 집행된 중간배당금(5,000억원)까지 포함할 경우, 배당성향은 208.3%으로 치솟는다. 지난해 다른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이 배당성향을 대폭 낮춘 것과 사뭇 비교된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회계연도 배당성향은 22.2%를 기록했다. 전년도 기말배당금 배당성향(39.8%) 보다 대폭 낮아진 수치다.

이에 SC제일은행이 홀로 고배당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부진한 사회적 금융 공급 실적이 이와 대비돼 두드러져 보이는 모습이다. 대주주에 대해선 아낌없는 자금을 쏟아 붓는 반면, 국내 사회적금융 활성화에는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뒷말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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