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후폭풍을 겪으면서 ′세대교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후폭풍으로 정의당이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류호정‧장혜영 의원의 조문 거부 메시지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르더니 심상정 대표의 사과로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궁극적으로 정의당의 세대교체 필요성이 강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17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일종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격렬한 진통 같은 게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세대 문제가 여기는 굉장히 깊게 개입이 돼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정의당의 ‘위기’ 국면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정의당 내에서는 청년 세대가 중시하는 ‘공정성’ 등의 기류를 읽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젠더 감수성’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이슈에 민감한 청년 세대와 달리 기성세대의 흡수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박 의장은 “젊은 세대가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존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시선하고 많이 다른 면이 있다”며 “정의당은 젊은 정당이고 그런 새로운 시대 감각에 예민한 당원들과 활동가들이 많다 보니 이 사안이 굉장히 큰 진통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진보정당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현재의 내분은 한 세대가 지나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며 “민주당 586(세대)가 그동안 계속 보여줬던 것처럼 우리 세대가 썩을 대로 썩어서 이제 폐기돼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식적으로 집계가 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박원순 시장 조문 거부 사태에 대해 항의하며 정의당을 탈당한 당원은 1,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지를 보내는 이들도 늘고 있다. 류호정·장혜영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내거나, 새로운 입당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의당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후폭풍을 겪으면서 ′세대교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의 ′세대교체′는 인물이 아닌 가치관의 변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설명이다. /뉴시스

◇ ‘인적 쇄신’ 아닌 ‘가치 쇄신’ 중요

당내에서도 현 사태가 세대교체의 초입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인물을 앞세운 세대교체가 아닌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오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당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세대교체라는 게 젊은 사람들로만 교체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가치관, 바라보는 관점, 판단 기준 등의 변화가 생기는 것”이라며 “정의당의 세대교체 국면이라고 하는 것은 큰 틀에서는 그렇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당 청년 정치인의 존재를 바라봐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청년 비례대표 할당을 했던 것도 이러한 취지였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가장 힘든 피해 여성에 대해 정치권에서 공식적으로 연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300명 중 두 분이 표명한 것”이라며 “정의당의 적은 비례 의석 중 1·2번을 청년에게 내어주면서 정치를 바꿔 달라고 했던 것에 전반적으로 부합하는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박원석 의장 역시 이날 라디오에서 “새로운 시대 감각과 목소리들이 정의당 내에서는 물론 정치권 내에서도 커지도록 하는 게 지금 진보 정당을 이끌어왔던 사람들의 임무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청년 쿼터를 둬서 이분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든 이유를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노동 이슈에 집중했던 진보정당 가치 변화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노동을 기반으로 탄생한 진보정당의 특성상 당내에서도 노동 이외의 이슈는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한 탓이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진보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외연 확장이 필수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정의당 한 관계자는 “진보정당은 노동 이슈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요구되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과 사람들의 목소리를 아울러야 한다”며 “이러한 흐름에서 변화 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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