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그린벨트 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그린벨트 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그린벨트를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명확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정국을 둘러싼 그린벨트 해제 논란이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당정청의 오락가락 행보와 여권 내 반대 목소리 때문에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가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도 흠집이 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 당정청, ‘그린벨트 해제’ 오락가락 행보

그간 정치권에서는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논란이 뜨거웠다. 앞서 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택공급 확대를 지시하면서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에 의지를 보여왔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공급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 등을 검토 중’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논의도 정부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 간 엇갈린 행보가 이어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한 방송에 출연해 그린벨트를 점검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지만, 다음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3시간 만에 다시 그린벨트 해제를 공식화 했다.

정부와 청와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7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정부가 이미 당정 간 (협의를) 통해서 의견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그린벨트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당정청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우면서 혼란만 가중시킨 셈이다.

◇ 여권 잠룡들도 나서서 비판

여권 내에서도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물론,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민주당 의원 등 차기 대선주자들이 논란에 가세하면서 문 대통령의 부담도 더욱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과 수도권을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 역시 이날 “그린벨트에 손대는 것은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며 “현 단계에서 그린벨트 논쟁을 먼저 하는 것은 현명하지도 않고 책임 있는 처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내세우면 톡톡히 존재감을 내비쳤다. 이 지사는 “서울 강남 요지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투기자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이날 정치권에서는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연이어 나왔다. /뉴시스
이날 정치권에서는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연이어 나왔다. /뉴시스

◇ 정치권 안팎서도 ‘부정적’ 기류

이날 정치권의 화두도 그린벨트 해제 논란이었다. 각 당은 상황 정리를 위해 문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심지어 도지사, 법무부 장관까지 (부동산) 발언을 하고 있는데 국민이 누구 말을 듣고 신뢰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현재 진행되는 주택정책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또한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투기 불쏘시개’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문 대통령이 나설 것을 주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완전히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며 “정부,여당 내 혼선을 정리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비단 정치권에서만 이러한 분위기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리얼미터가 17일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60.4%가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한다’고 응답한 평가자의 경우에도 56.0%가 그린벨트 해제는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직접 입장 표명에 나선 데는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이슈가 지지율 역풍으로 돌아오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부담이 됐을 것이란 해석이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가 없던 일로 되면서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치솟는 부동산값을 잡을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그간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이번 사태로 불신이 깊어진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권에 대한 ′정책 실패 책임론′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정부·여당이 부동산 대책에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에서 “지금이라도 나선 교통정리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부동산 정책 주무장관이 누구인지 문 대통령이 차제에 분명히 정리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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