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이 2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추 장관 탄핵안은 21일 본회의에 보고된 후 24일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무위원 탄핵소추는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176석 거여 국회에서 탄핵안 의결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일각에서는 이날 진행된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등 정부여당 맹공카드가 있는데 굳이 같은 날 정치적 입장 표명 수준에 불과한 추 장관 탄핵안을 제출해 공세를 분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추미애 법치 위협 현실화”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를 찾아 추 장관 탄핵안을 제출했다.
김 원내수석은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안 제출 이후 24시간 이상 72시간 이내 표결하게끔 돼 있다”며 “본회의에서 의원 각자의 양심에 따른 법안 표결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권 원내대표는 “추 장관의 위법 부당한 인사권·지휘권 남용이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이런 위협을 시급히 교정하고자 추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동제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것으로 기대하나 그렇지 못한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추 장관의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추 장관이 법무장관에서 물러날 때까지 야당은 힘을 모아 탄핵소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양당은 추 장관이 일명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대검찰청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며 지난 2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데 대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반(反) 법치 행태를 벌였다고 판단했다.
대검찰청은 수사지휘권 발동 일주일째인 9일 “(검언유착)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사실상 전면 수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양당은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한 검찰청법 제8조 등을 남용했다고 보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비리 의혹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등 윤 총장이 정권에 칼날을 겨눴다는 이유로 추 장관이 전방위 사퇴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 탄핵소추 가결 가능성 낮다
다만 더불어민주당(176석)이 21대 국회 의석 중 과반을 넘게 점유하고 있어 본회의가 열려도 추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가능성은 극히 낮다. 통합당은 지난 1월 자유한국당 시절에도 추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지만 72시간 내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자동 폐기되기도 했다.
통합당(103석)과 국민의당(3석)은 탄핵소추안 발의 요건인 100석(재적의원 3분의 1)은 충족하지만 재적의원 과반을 필요로 하는 의결 정족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홍준표·김태호 의원 등 통합당 출신 무소속 4명을 더해도 110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날 탄핵소추안 제출은 내일(2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앞둔 주 원내대표가 여론을 등에 업고 대(對)정부여당 공세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순 정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우리 (의석) 수가 부족한 관계로 (민주당이) 탄핵 결의까지 못 간다고 생각해 더 저렇게 하는 것 같다”며 “국민들이 함께 분노하고 지지해주셔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날 국회에서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것을 감안할 때 같은 날 추 장관 탄핵안 제출이 시기적으로 아쉬웠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날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등과 관련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통합당 의원들의 맹공이 예상됐다.
현실화 가능성이 낮은 추 장관 탄핵안 제출보다 여야 공수가 명확히 갈린 인사청문회 등 쟁점에 집중하는 편이 나았다는 취지다.
야권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효과도 없는 탄핵안 제출이 메인뉴스가 될 경우 오늘 경찰청장 인사청문회도 덮힐 수 있는데 굳이 저렇게까지 보여주기식 행위를 할 필요가 있나 싶다”며 “차라리 인사청문회처럼 여론이 원사이드로 호응할 수 있는 부분을 집중해 키워가는 게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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