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누적 판매 1,000만개를 돌파한 신세계푸드의 '대박라면'과 국제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누리고 있는 삼양식품의 '불닭시리지'. / 각 사​
​말레이시아에서 누적 판매 1,000만개를 돌파한 신세계푸드의 '대박라면'과 국제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누리고 있는 삼양식품의 '불닭시리지'. / 각 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입안을 얼얼하게 만드는 강렬한 매운맛을 자랑하는 한국의 라면이 동남아시아를 매료시키고 있다. 자꾸 땡기는 마성의 맛 앞에서 코로나19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코로나19도 막지 못한 한국의 매운맛

‘Made In Korea’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산 라면이 확고한 선호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교적 연식이 짧은 신생축에 속하는 제품들도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K-라면’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가 말레이시아에 선보인 ‘대박라면’이 누적 판매량이 1,000만개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말 신세계푸드가 말레이시아 식품업체인 마미 더블 데커와 함께 합작법인(신세계마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현지 공략에 나선지 3년도 안 돼 거둔 결실이다.

대박라면은 여러 악조건을 이겨내고 ‘대박’을 터뜨려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올해 2월 코로나19가 국제적으로 확산되자 말레이시아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져 생필품, 가공식품 등의 소비가 부진했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대박 김치찌개’ ‘대박 고스트페퍼’ 등 대박라면의 가격은 4.2~5.8링깃(1,184원~1,635원) 선이다. 이는 현지에서 판매되는 일반 라면에 비해 2~3배 비싼 가격이다.

대박라면은 식품의 기본이자 강력한 경쟁력인 ‘맛’으로 현지인들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젊은 층 사이에서 SNS을 통해 대박라면의 강하고 중독성 있는 한국식 매운맛이 입소문을 탔다. 신세계푸드는 현지 진출 초기부터 기존 분말형태의 라면 스프보다 풍미를 높인 액상 소스를 자체 개발하는 등 대박라면의 안착에 집중했다.

문화 및 종교적 색체가 뚜렷한 이슬람 문화권에서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신세계푸드는 이슬람 먹거리의 기본이 되는 할랄인증을 받는 작업에 착수해 ‘자킴(JAKIM)’ 인증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무이(MUI)’, 싱가포르 ‘무이스(MUIS)’와 함께 세계 3대 할랄인증으로 꼽히는 말레이시아의 자킴은 그 중에서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 후배 앞길 터준 불닭볶음면

신세계푸드는 여세를 몰아 현재 9개 국가에 수출되는 대박라면을 미국, 미얀마, 인도네시아로 활로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불닭볶음면’으로 대표되는 삼양식품의 불닭시리즈는 대박라면의 앞길을 터준 선배로 통한다. 불닭시리즈로 이미 한국의 액상 라면을 경험한 현지인들이 큰 거부감 없이 대박라면을 받아들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남아시아는 중국 다음으로 수출 규모가 큰 시장으로 불닭시리즈 수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 내 최대 수출국인 말레이시아에서만 매년 15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수출 초기인 2014년 할랄인증을 획득해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 이상이 살고 있는 동남아 지역에 쉽게 수용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해외전략기획팀과 해외영업지원팀을 통해 지역별, 국가별 사정에 맞는 꼼꼼한 마케팅 전략을 짠 것도 ‘불닭 신화’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K-라면을 얘기하는 데 있어 불닭볶음면이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수요가 늘어난 덕분에 삼양식품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15년 3,000억원을 밑돌던 매출은 2018년 4,693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5,435억원으로 급상승했다. 또 같은 기간 주당 2만원대 이던 삼양식품의 주가는 현재 14만원선까지 치솟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에서) 자이언트, 이온몰, 콜드스토리지 등 대형 마트와 세븐일레븐, 마이뉴스닷컴 등 편의점 채널을 더욱 확대하여 수출 증대에 힘쓸 방침”이라며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불닭'의 입지를 강화함과 동시에 '삼양' 브랜드를 적극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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