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이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했다. 이규화 전 대표이사가 취임 5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고 손영섭 부사장(사진)이 신임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비비안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남영비비안이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 초 쌍방울의 최대주주인 광림을 새 대주주로 맞이한 후 경영진 및 사업 구조가 일대 변화를 맞고 있다. 특히 대표이사 교체가 잦아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엔 이규화 대표이사가 취임 5개월 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고, 신임 대표이사로 손영섭 부사장이 깜짝 발탁됐다. 회사의 대표이사 교체는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잦은 대표이사 교체를 놓고 업계 안팎에선 우려 섞인 시선도 제기될 전망이다. 

◇ 손영섭 부사장 신규 대표이사로 깜짝 발탁 

남영비비안은 지난 2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일부 정관변경안과 사내이사 선임안건을 통과시켰다. 정관 변경을 통해 남영비비안은 사명을 ‘비비안’으로 바꿨다. 신임 사내이사로는 손영섭 부사장이 선임됐다. 

아울러 비비안은 이날 열린 이사회를 통해 손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도 깜짝 결정됐다. 기존 이규화 대표이사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같은 대표이사 교체 소식은 이전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안이었다. 갑작스런 대표이사 이사 교체에 업계에선 의아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규화 전 대표의 대표직 수행 기간은 6개월도 채 되지 않는다. 이 전 대표는 쌍방울에서 총괄디자인 실장, 상품기획 총괄본부장, 그룹경영실 감사 등을 거친 뒤 지난 2월 비비안에 대표이사에 오른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초고속 사퇴한 엄용수 전 대표이사의 후임이었다. 엄용수 전 대표이사는 쌍방울 부사장 출신으로, 지난 1월 21일 야심차게 비비안의 대표이사로 올랐지만 2주 만에 대표직에서 깜짝 사퇴해 업계의 뒷말을 산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그의 후임인 이 전 대표이사마저 단기 교체 수순을 밟게 된 셈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놨지만 비비안의 사내이사직은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비안 측은 이번 대표이사 교체가 신사업 육성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비안 관계자는 “본사는 현재 기존 속옷사업 외에 마스크 사업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손영섭 신임 대표이사는 기존 사업과 신사업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인사라고 평가돼 이번에 새롭게 인사를 단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비안 측의 설명에 따르면 당초 회사는 이규화 전 대표와 손 대표가 함께 경영하는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하는 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이사가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하면서 손 대표이사 단독 체제로 확정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비비안 측은 이규화 전 대표가 ‘한 CEO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낫다’고 판단해 사퇴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추측했다. 

비비안의 새 수장이 된 손 대표는 정통 ‘비비안맨’이다. 앞서 교체된 두 CEO가 쌍방울 소속이었던 점과는 다른 점이다. 손 대표는 1993년 비비안의 전신인 남영나이론에 입사했으며, 비비안의 프랑스 정통 란제리 브랜드 ‘바바라’(Barbara)의 상품기획 및 디자인 총괄을 거쳐 현재 비비안 브랜드 총괄로 근무하고 있다. 

◇ 최대주주 바뀐 뒤, 대표 교체만 세번째… 조직 안정화 언제쯤?  

비비안의 내부 조직은 잦은 대표이사 교체로 적잖은 혼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손 대표의 우선 과제는 조직 안정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쌍방울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조직간 화학적 결합도 숙제로 부각된다. 비비안과 쌍방울은 현재 상호 간 커뮤니케이션을 높이기 위해 각 주요 부서의 업무 공간을 통합하는 조치를 단행한 상태다. 비비안의 상품기획 관련 부서는 기존 비비안 사옥에서 쌍방울 사옥으로 이전해 쌍방울 직원들 간 함께 업무 공간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비안이 마주하고 있는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비비안은 수년째 적자에 시달리던 곳이다. 지난해 겨우 별도기준으로 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1분기 다시 손실을 내며 부진에 빠졌다. 비비안은 1분기 별도기준 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 상반기 소비는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다. 속옷업계도 여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비안은 코로나19 사태의 수혜 산업으로 떠오른 마스크 사업을 키워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과연 새롭게 경영키를 잡게 된 손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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