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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불법파견 ‘15년 잔혹사’
한국지엠, 불법파견 ‘15년 잔혹사’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0.07.22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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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이 또 다시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됐다. /뉴시스
한국지엠이 또 다시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지엠이 또 다시 불법파견으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2005년 시작된 ‘불법파견 잔혹사’가 15년째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지엠은 정부당국 및 사법부의 판단에 일관성이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에서는 보다 강력한 처벌을 통해 불법파견을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1,719명 불법파견 ‘또’ 기소

인천지검 공공수사부와 창원지검 형사4부, 전주지검 군산지청 형사1부는 한국지엠 법인과 카허 카젬 사장 등 전·현직 임원 5명, 협력업체 운영자 23명 등을 불법파견(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이번 기소 조치의 출발점은 2018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속노조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는 한국지엠을 불법파견 혐의로 고발했고, 이를 수사한 고용노동부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현장검증 등의 보강 수사를 펼친 검찰은 결국 불구속 기소 조치를 내렸다.

한국지엠은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부평·군산·창원 공장에서 24개 협력업체로부터 1,719명을 불법파견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 노동자들은 자동차 차체제작, 도장, 조립 등의 공정에 투입됐는데, 이는 파견이 금지된 업무에 해당한다.

이로써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잔혹사’는 또 다시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어느덧 15년째 이어지고 있는 잔혹사다.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잔혹사가 시작된 것은 2005년이다. 당시 노조는 한국지엠(당시 지엠대우)의 불법파견 문제를 관계당국에 진정했다. 조사를 진행한 관계당국은 6개 협력업체 843명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이듬해 닉 라일리 당시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검찰에 넘겼다. 이어 검찰은 이들에 대해 구약식처분을 내렸는데, 사측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2009년 6월 1심의 판단은 무죄였다. 하지만 2010년 12월 2심에서 유죄 판결로 뒤집어졌고, 2013년 2월 대법원 역시 유죄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노조의 진정에서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8년의 세월이 소요됐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에도 한국지엠은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이들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자 5명의 불법파견 노동자가 2013년 6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다시 시작된 재판은 2014년 12월 1심, 2016년 1월 항소심 모두 불법파견 노동자 측이 승소했고, 2016년 6월 대법원에서도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결국 한국지엠은 이들 5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실시했다. 불법파견 노동자가 제자리를 찾기까지 무려 11년이 걸린 셈이었다.

이후에도 소송은 더 큰 규모로 계속 이어졌다. 2015년엔 78명, 2017년엔 114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모두 1심과 2심에서 승소한 상태다. 이 중 가장 최근 판결은 지난 6월 내려진 바 있다.

이처럼 15년의 긴 세월동안 한국지엠은 불법파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관련 판결이 내려진 것만 10차례로, 이 중 9번은 불법파견이 인정됐다. 여기엔 두 차례 대법원 판결도 포함된다.

지난달 16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한국지엠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중단을 촉구했다. /뉴시스
지난달 16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한국지엠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중단을 촉구했다. /뉴시스

◇ 15년, 판결만 10번… 한국지엠은 “억울”

또 다시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된 한국지엠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법적 대응하며 모든 과정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억울함도 호소한다.

한국지엠 측은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최근 관계당국 및 법원의 판단이 기존 관행 및 사례에 비춰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본다”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적법한 법테두리 내에서 사내하도급 계약을 운영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15년째 이어져온 불법파견 법적공방과 이번 기소는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2007년 관계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정조치를 했고, 2013년 근로감독 때도 문제를 지적받지 않았다”며 “두 차례 대법원 판결과 이어진 두 개의 소송은 그 이전의 사안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2년엔 관계당국으로부터 사내하도급 우수사례로 꼽히기까지 했고, 그 이후에도 어떠한 지침이나 권고, 지적이 없었다. 그러다 돌연 불법파견을 판정을 내리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노동계는 보다 강력한 조치를 통해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문제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법원에서 거듭 불법파견 판결이 내려진 만큼 한국지엠이 정규직 전환을 성실하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며 최종 책임자에 대해선 구속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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