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0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 지사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문제와 관련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0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 지사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문제와 관련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무공천을 주장했다가 이틀 만에 “저는 서울 부산시장 무공천을 ‘주장’한 바가 없다”고 번복해 논란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세상을 떠났고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자진 사퇴하면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확정됐다.

민주당의 당헌 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미래통합당은 무공천 압박을 가하고 있고, 민주당 내에서는 공천 문제를 놓고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지난 20일 무공천을 주장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 지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한다”며 “우리(민주당)가 규정으로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에는 공천하지 않겠다고 써놓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이틀 후인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서울시장 부산시장 공천여부를 놓고 많은 논란과 제 입장에 대한 오보들이 있다”며 “어떤 현상에 대한 의견을 가지는 것과 이를 관철하기 위한 주장은 다르다”면서 무공천 주장 사실을 부인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국민의 한 사람이자 민주당의 책임 있는 당원의 한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의견이 있지만 이를 주장하고 관철하려고 적극적 노력을 기울일 의사는 없다”며 “그것은 당원 의견 수렴을 통해 당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고, 저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 투표에 참여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공인으로서 국민과 당원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 현안에 대해 생방송에서 예정되지 않은 ‘내심의 의견’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취할 태도는 답변 회피, 거짓말, 사실대로 답변 세가지”라며 “그래서 사실대로 답했다. 그런데 저의 이상과 현실에 대한 전체 답변 중 이상에 대한 발언만 떼어 제 실제 의사와 다르게 보도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청산되어 마땅한 적폐 세력의 어부지리를 허용함으로써 서울시정을 후퇴시키고 적폐 귀환 허용의 결과를 초래한다면, 현실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며 “다만 이 경우에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는 사정을 국민들께 석고대죄하는 자세로 설명 드리고 사죄하며 당원의 총의로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가 ‘무공천’에 대한 의견을 갖는 것과 이를 관철하기 위한 주장은 다르다는 논리로 “무공천을 ‘주장’한 바가 없다”고 부인하고 나선 것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불편한 심경을 표출하고 친문 지지자들이 반발하자 한 발 물러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20일 고위전략회의에서 이 지사의 ‘무공천’ 주장에 대해 “지금 (공천에 대해) 얘기할 필요가 있느냐”며 “공천권은 다음 지도부에서 행사하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을 바보로 아나. 그럼 우린 환청을 들은 건가”라며 “장사꾼도 신뢰를 위해서는 손실을 감수하는데 공당이 문서로 약속했으면 지켜야 한다더니 이틀 만에 정치적 이익을 위해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사꾼의 신뢰 운운하던 사람이 같은 입으로 원칙을 버리고 현실을 택하자는 말을 할 수 있나”라며 “노무현은 원칙 있는 패배가 원칙 없는 승리보다 낫다고 했는데 이재명은 원칙 없는 패배의 길을 택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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