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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덫
[정치인의 덫④] 부정한 정치 풍토 근절 방안 절실… 정당책임제, 외부 감시기능 강화 필요
2020. 07. 23 by 김희원 기자 bkh1121@sisaweek.com

우리는 정치인을 보면 혐오하면서도 선망하는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 정치인들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한편으로 높은 세계에 있는 별개의 존재로 여기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연예인처럼 사람들의 시선에 늘 노출될 수밖에 없지만, 여러 가지 덫에 빠지기 쉬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만큼 권력의 맛은 달콤하기 때문이다. <시사위크>는 정치인들이 빠지기 쉬운 수많은 덫과 향후 정치인들이 취해야 할 자세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정치권에서 성추문, 뇌물 사건, 각종 불법적 이권 개입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국민의 정치 불신과 혐오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뉴시스
정치권에서 성추문, 뇌물 사건, 각종 불법적 이권 개입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국민의 정치 불신과 혐오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한때 승승장구하던 스타 정치인이 스스로 덫에 걸려 몰락을 자초하는 일이 끊이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국민에게 정치인은 어떤 존재일까. 권력의 핵심부에 있기 때문에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가장 혐오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정치인이 여러 신뢰도 조사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업인 입소스(Ipsos)가 지난 2019년 세계 23개 국가의 국민을 대상으로 직전 해 3분기에 온라인을 통해 각 직업에 대해 신뢰도를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직업 1위는 과학자(42%)였고, 정치인의 경우는 가장 믿지 못할 직업 1위를 차지했다. 정치인을 신뢰할 수 있다는 비율은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018년 3월 26일부터 27일까지 전문조사업체 마켓링크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교육계와 교사·교수에 대한 신뢰도가 52.9%로 가장 높았던 반면, 정치계와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6.9%에 그쳐 모든 부문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정치인의 신뢰도가 최하위인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정치인이 그동안 보여준 행태가 그대로 누적된 자업자득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온갖 종류의 ‘덫’에 걸려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 종류도 성추문, 뇌물, 폭력, 취업 청탁, 각종 불법적 이권 개입 등 다양했다. 국민의 일반적 민심과 거리가 먼 막말을 쏟아내다 몰락한 정치인들도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빅3’ 광역단체장들이 성추문이라는 덫에 걸려 추락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이들은 보수 진영보다 상대적으로 도덕성에서 우위를 자랑하던 진보 정치인들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실망은 더욱 컸다. 

국민들은 이처럼 덫에 걸려 허우적대는 정치인들을 바라보면서 정치 불신과 혐오를 더욱 더 키워갈 수밖에 없다. ‘덫에 걸린 정치인의 몰락’과 그로 인한 ‘정치 불신‧혐오 심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정말 끊을 수는 없는 것일까. 온갖 부정‧부패‧비리라는 덫에 걸리지 않고 정당한 방법으로 정치 활동을 하는 정치인만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정치 풍토를 만들 수는 없을까.

열린민주당 김이겸 후보 등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지난 3월 30일 서울 여의도 열린민주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앞서 제1호 공약 ‘국회의원 국민 소환제!’ 발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국회의원 국민 소환제’는 무능·부패 국회의원을 퇴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뉴시스
열린민주당 김이겸 후보 등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지난 3월 30일 서울 여의도 열린민주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앞서 제1호 공약 ‘국회의원 국민 소환제!’ 발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국회의원 국민 소환제’는 무능·부패 국회의원을 퇴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뉴시스

◇ ‘도덕 기준‧정책 경쟁‧정당 책임' 강화 필요

우선 ‘도덕성’을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소양으로 두고, 활발한 정책 경쟁이 정치 활동에서 가장 우선시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과 인식의 변화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틀에서 벗어나는 정치인은 과감하게 정계에서 퇴출하고 소속 정당은 정치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행정부나 기업인 등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들의 부정‧부패‧비리, 이익 충돌 문제에 둔감하지 못하도록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야는 지금까지 매 선거 때마다 공천 심사에서 부정‧부패‧비리, 성추문 전력자 등을 배제해왔다. 늘 잣대가 느슨하다는 비판은 뒤따랐지만 나름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천 이후 정치인이 ‘덫’에 스스로 걸려 추락하는 일을 막지는 못했다.

이제는 정치권이 공천 시스템을 통해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노력을 넘어서서 공천 이후 결과에 대해서도 정치인 개인만이 아닌 소속 정당 전체가 철저하게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의 당헌 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이 조항은 지난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지낼 당시 ‘김상곤 혁신위’에서 만들어졌다.

미래통합당은 이 같은 규정을 지적하며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이 무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이 당헌을 지키지 않고 당헌 수정을 통해 후보를 공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이 이처럼 선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소속 정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치적 책임을 지도록 강제해야 정치 풍토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더욱 세분화하고 강화할 필요성도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병역면탈·부동산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 인사의 고위공직 배제 등 5대 인사 원칙을 밝혔었다. 이후 청와대는 5대 비리에 더해 음주 운전, 성 관련 범죄를 추가해 7대 비리, 12개 항목으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고위 공직 후보자가 논란이 될 때마다 이 같은 인사 원칙이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23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문제를 일으킨 정치인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당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 정치 문화를 이제는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공천을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공론화를 해 기준을 높여야 한다”며 “이러저런 이유로 피해갈 수 없도록 합의가 이뤄진 도덕적 잣대를 좀 더 구체화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왼쪽부터)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두 성폭력 사건에 연루됐다./뉴시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왼쪽부터)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두 성폭력 사건에 연루됐다./뉴시스

◇ ‘공직사회 감시 기능’ 강화와 성범죄 근절책

이와 함께 각 정당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 예방을 위해 상시 감찰 기능을 강화하고 언론‧시민사회 등의 감시 기능 활성화 및 관련 법 정비를 통해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공익을 가장한 사익 추구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 국회가 대표적인 곳”이라며 “정치인들의 비리 행태에 대해 엄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인에 대한 감시 기능이 진영 논리에 의한 편가르기로 인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인의 비리 척결을 위해서는 언론, 시민사회, 여론의 철저한 감시 기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이 윤리특위 상설화, 독립적 윤리조사제도 구축 등의 국회 윤리 강화 제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국회의원을 ‘리콜’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가 ‘덫과 몰락, 정치 혐오’의 고리를 끊어 정치 풍토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해법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 의원의 경우에는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민에 의해 소환할 수 있도록 했지만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소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국민이 국회의원을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의원이 국민의 뜻을 도외시하거나 무능·부패한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민이 지역구 및 타 지역구,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해 소환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와 함께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 대부로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을 지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문’이라는 덫에 걸려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다시 한번 공직사회의 성도덕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018년 3월 전직 비서 김지은씨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지 2년 4개월이 흘렀지만 또다시 위계에 의한 성폭력 범죄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성인지 감수성 강화 방안과 공직사회의 성범죄 근절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이와 관련 “성추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는데 일반 국민의 인식을 정치권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서 문제”라며 “성인지 감수성 교육은 성범죄 방지 효과 뿐만 아니라 처벌 강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