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공장 싼타페, 투싼, 아반떼 생산라인 / 현대자동차
현대차 2공장 싼타페, 투싼, 아반떼 생산라인 / 현대자동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지난 2분기 실적 하락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완성차 업계 노동조합(이하 노조) 측은 임금 인상 및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나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관련 기업 노조들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내외 경제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 코로나19 직격탄에도 기본급 인상 요구 ‘빈축’

국내 완성차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시장의 이동 제한 조치 시행 및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영향으로 올해 2분기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지난해 2분기보다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판매대수와 매출 및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먼저 현대자동차의 2분기(4∼6월) 글로벌 시장 완성차 판매 실적은 70만3,976대를 올려 지난해 2분기 110만4,916대 판매 대비 36.3%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판매대수 감소로 자동차 부문 매출도 21조2,700억원에서 16조565억원으로 4분의 1(약 24.5%) 정도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52.3% 감소한 5,903억원을 기록했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2분기 51만6,050대 판매, 매출 11조3,68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1.6%, 차량 판매는 27.8% 줄었다. 이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72.8% 급감해 1,451억원을 달성했다. 전반적으로 하락세다.

현대·기아차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실적은 고꾸라지고 있는데,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을 월 10만원 이상 올려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평균 연봉 9,600만원을 받는 현대차 직원들이 코로나19 사태에도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자 업계 내외에서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기아차 노조도 지난 24일 기본급 6.5% 인상과 수천만원대 성과급 지급, 노동 강도 완화, 작업 환경 개선 투자, 중식시간 유급화를 요구했다.

한국지엠 노사가 지난해 법인분리로 탄생한 신설법인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GMTCK)’의 단체협약 승계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뉴시스
한국GM도 현대·기아차와 동일하게 기본금 월 12만304원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뉴시스

다른 브랜드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도 내수에서는 판매량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글로벌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소비 위축 현상을 보여 전반적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한국GM의 상반기 판매대수는 16만6,038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간 대비 28.2% 줄었고, 르노삼성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21.2% 줄어든 6만7,666대를 팔았다.

비슷한 상황에 요구사안까지 유사한 실정이다. 한국GM 노조도 현대·기아차 노조와 동일하게 월 12만304원 인상(기본급 6.5%↑)을 기본으로 통상임금의 400%+600만원 성과급 지급, 조립라인 근무자 수당 500% 인상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상위조직인 금속노조 ‘지침’ 따를 수밖에 없어”

해당 기업의 노조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임금교섭과 관련한 내용은 노조의 상급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조(이하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 중 앞서 언급한 3개사는 금속노조 소속이다. 금속노조 소속인 현대·기아자동차 노조는 “우리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4월,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하는 등 바뀌는 모습을 보이는 듯 했지만, 결국 금속노조 지침인 기본급 6.5% 인상(월 12만304원·호봉승급분 제외)에 따라 27일 임금 인상안을 사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이미 금속노조의 하위조직으로 속해 있는 부품사들은 노조 지침에 따라 임금단체협약을 진행 중인데, 개별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해당 노조 측의 입장이다. 

금속노조 소속이 아닌 르노삼성차 노조는 아직 사측과 본격적인 협상을 열지 않았다. 다만, 현재 알려진 협상안에는 기본급 월 7만1,687원 인상, 코로나로 인한 일시금 700만원 지급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만 소폭 낮을 뿐 임금 인상요구는 마찬가지다.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기들 잇속 챙기기에 바쁜 모습이다.

이번 완성차 업계의 임금인상안을 두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이해를 당부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금속노조 요구안(기본급 6.5%↑)이 상정이 돼 있는 부분에 대해 완성차 3사(현대·기아차·한국GM) 노조도 이 협상안은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에 확정된 것으로, 경제성장률이 10년 기준 3.1% 기준으로 작성된 것인데 현 상황과는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을 했었다”며 “이에 대해선 금속노조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노조에 속한 업체들 중 중앙교섭을 통해 부품사 등은 이미 그 요구안으로 협상을 진행 중일 수 있기 때문에 수정은 불가하다고 답변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앞서 검토했던 ‘임금동결·고용안정’과 관련해 고용불안 부분은 부품사가 더 위험한 상황임에도 부품사는 이미 임금 인상안(6.5%↑)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 우리가 인위적으로 ‘임금동결·고용안정’ 협상안을 제시하는 것은 금속노조 차원에서 맞지 않을 수 있으며, 모순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년에는 어떻게든 각 사업장 별로 별도의 요구안을 마련해 보다 현실적인 임금협상을 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현재 금속노조는 경제성장률과 소득분배율을 기준으로 임금 인상안을 만들고 있는데, 이러한 기준이 100% 맞다, 옳다고 할 수가 없다”며 “문제가 있는 만큼 앞으로는 상급단체에서 기준을 만들지 않고 사업장별로 기준을 다르게 협상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으며, 더 현실적으로 맞춰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타이어 노조 측은 임금교섭권을 회사에 위임하며 상호 존중 모습을 보여 금속노조 측의 임금 인상 요구는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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