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부겸 후보가 27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간담회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부겸 후보가 27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간담회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8‧29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대법원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 사법적 족쇄에서 풀려나면서 대권 구도 뿐만 아니라 당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대선주자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양강 구도를 형성한 상황이다.

이 지사가 대권주자로 우뚝 서면서 그가 정국 주요 현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에 언론도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그가 민주당 당권 경쟁에서 취할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이재명-김부겸, TK 출신과 경기도서 정치 시작 공통점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지만 물밑에서 대권 경쟁자인 이낙연 의원의 당권 장악을 견제하기 위해 김부겸 전 의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 하루 뒤 곧바로 이낙연 의원에 대해 “엘리트 대학 출신이고 기자 하시다가 발탁돼 국회의원으로, 도지사로 잘 하신 분”이라며 “저는 변방에서 흙수저 출신에 인권운동, 시민운동 하다가 (성남) 시장을 한 게 다지 않나”라고 각을 세운 바 있다. 

이 지사는 최근까지 대선 불출마의 배수진을 치고 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부겸 전 의원이 이 지사가 검토했던 ‘대선 불출마’ 카드를 꺼내 들고 당권에 도전하면서 당 대표 도전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6년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보선에 출마할 당시 경기도당 공천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 전 의원이 이 지사를 단수 공천했던 인연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 때문에 27일 이 지사와 김 전 의원의 회동에는 자연스럽게 정치적 의미가 부여됐다. 전국 순회 중인 김 전 의원 측의 요청으로 만난 두 사람은 취재진 앞에서 3분여간 만난 뒤 지사 집무실로 옮겨 15분 동안 비공개로 면담을 이어갔다.

이 지사와 김 전 의원은 서로 간의 공통점과 과거의 인연을 강조하며 친근감을 표출했다. 이 지사는 김 전 의원에게 “우리 사회 최고의 과제가 지역주의 극복이고 국민 통합이다. 김 후보님께서 군포를 버리고 그 어려운 대구로 가셔서 떨어지고 또 붙었다가 떨어지고 정말 고생이 많았다”며 “그게 우리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가셨던 길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정말 존경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보님은 과거에 저를 (성남시장 후보로) 공천해주신 공천심사위원장이었다”며 “그 꿈을 잘 피우시면 정말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 전 의원은 “이 지사께서 우리 당의 여러 정책에 선도적인 제안을 해주시고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따르는 국민과 도민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계속 키워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비공개 면담 이후 김 전 의원 측은 “대구ㆍ경북(TK) 출신으로 경기도에서 정치를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대화도 나눴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회동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재명-김부겸 연대’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양측은 모두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과거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도의회를 방문했을 때도 만난 적이 있다. 여기 와서 일부러 안 만나는 것도 어색해서 오늘 만났다”며 “오해가 있을 것 같아서 덕담 정도 나눴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 측도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덕담을 주고받았다”며 “이낙연, 박주민 의원이나 다른 당 대표 후보가 요청할 경우에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당권 레이스가 시작된 가운데 지난 25일 오후 제주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시·도당 순회 합동연설회에 앞서 후보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박주민 의원. 이번 8월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당권 레이스가 시작된 가운데 지난 25일 오후 제주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시·도당 순회 합동연설회에 앞서 후보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박주민 의원. 이번 8월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뉴시스

◇ '이재명-김부겸 연대’ 강성 친문 자극?

일각에서는 ‘이재명-김부겸 연대’가 현실화되더라도 오히려 ‘친문 표심’을 자극해 김부겸 전 의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 2018년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문 세력과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사가 김 전 의원과 손을 잡을 경우 이 지사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강성 친문 세력이 이낙연 의원 지지로 쏠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 지사의 대선주자 지지율 상승으로 인한 기대감과 또다른 잠룡인 정세균 총리 지지 그룹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이낙연 의원에 대한 견제 심리가 맞물려 김부겸 전 의원에게 유리한 판세가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낙연 의원 측은 이재명 지사와 김부겸 전 의원의 연대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이 의원 입장에서는 속내가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경쟁력을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압도적 득표율로 당 대표에 당선돼야 하지만 전대가 다가올수록 득표율을 갉아먹을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하나 둘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확정으로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대선급으로 치러지게 되면서 이 의원의 최대 약점인 ‘7개월짜리 당 대표’ 회의론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박주민 의원이 ‘40대 젊은 피’를 내세워 막판 당권에 도전하면서 판세를 흔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권주자로서 날개를 단 ‘이재명 변수’까지 떠오르면서 이낙연 의원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 측은 겉으로는 이미 당내에 ‘이낙연 당대표’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이 같은 변수들이 판세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수도권 지역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현재 당 분위기는 이낙연 의원에게 한번 기회를 줘 보자는 분위기가 많다”며 “대선후보로서의 검증과 대통령이 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검증 기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당 대표를 한번 맡게 해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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