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현대중공업의 갑질에 대해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뉴시스
공정위가 현대중공업의 갑질에 대해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업체를 향해 갑질을 벌인 현대중공업에 철퇴를 내렸다.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강압적으로 빼앗은 뒤 거래를 끊은 것인데, 이와 관련해 역대 최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 기술 빼앗아 새 부품 공급처 만들더니 계약 끊어

공정위는 최근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유용하는 등 갑질을 벌인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 및 9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중공업 법인 및 임직원에 대한 고발 조치는 검찰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10월 이미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이 같은 조치는 기술유용에 따른 처분 중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입은 A사는 사실 오랜 세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곳이었다. 현대중공업은 2000년 디젤엔진 개발을 완료했는데, A사는 엔진에 필요한 피스톤을 국산화해 단독 공급했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했다.

그런데 2014년 현대중공업은 A사 몰래 다른 부품 공급처 만들기에 나섰다. 비용절감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대체 공급처로 낙점한 B사의 피스톤 제작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하자가 발생 시 대책 마련에 필요하다며 A사에 작업표준서와 공정순서, 공정관리 방안 등을 포함한 기술자료를 요구했다. 심지어 법정 서면도 교부하지 않은 채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A사를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A사는 현대중공업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요구가 부품 공급처 이원화로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모르던 상태였다.

현대중공업은 A사로부터 확보한 기술자료를 기반으로 2016년 피스톤 공급처 이원화를 완료했다. 그리고 발톱을 드러냈다. A사에 부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더니 1년 뒤엔 아예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은 것이다.

현대중공업에 배신을 당한 A사는 경찰 및 공정위에 신고하고 피해 호소에 나섰다. 사건을 담당한 검찰은 지난해 10월 현대중공업 법인 및 임직원에 대한 고발을 공정위에 요청했고, 일부 불기소 및 일부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측이 불복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검찰 고발 조치 이후에도 조사를 진행해 이번 처분을 결정했다. 기술유용에 대한 과징금 상한은 2018년 고시 개정을 통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됐는데, 상한선에 가까운 과징금이 내려졌다. 역대 기술유용 과징금 최고액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측은 공정위의 공식 의결서를 받은 뒤 검토 후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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