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왼쪽)과 예수정이 스크린 점령에 나선다. /뉴시스
나문희(왼쪽)과 예수정이 스크린 점령에 나선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여름 극장가, 관록의 여배우들이 스크린을 찾아온다. 영화 ‘오! 문희’(감독 정세교) 나문희와 영화 ‘69세’(감독 임선애) 예수정이 그 주인공. 매 작품 기대를 뛰어넘는 연기력으로 대중에게 깊은 신뢰를 받고 있는 만큼, 두 배우가 또 어떤 열연으로 관객을 매료할지 관심이 쏠린다.

◇ ‘오! 문희’ 나문희, 웃음과 감동 아우르는 열연 예고 

연기 인생 60년을 맞은 나문희는 여전히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영화는 물론, 드라마와 연극 등 무대를 불문하고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스크린 행보가 돋보이는데, 70대의 나이에도 주연으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배우로 꼽힌다.

영화 ‘조용한 가족’(1998)을 시작으로 ‘영어 완전 정복’(2003), ‘너는 내 운명’(2005), ‘열혈남아’(2006),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2007), ‘하모니’(2010), ‘수상한 그녀’(2014), ‘아이 캔 스피크’(2017), ‘감쪽같은 그녀’(2019), 최근작인 ‘정직한 후보’(2020)까지 다수의 작품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하며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나옥분 역을 맡아 심금을 울리는 깊은 연기 내공으로 흥행은 물론, 데뷔 56년 만에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열기도 했다.

나문희(왼쪽)가 영화 ‘오! 문희’로 관객과 만난다. /CGV아트하우스
나문희(왼쪽)가 영화 ‘오! 문희’로 관객과 만난다. /CGV아트하우스

나문희는 특유의 코미디 연기로 기성세대뿐 아니라 1020세대까지 사로잡았다. 하루아침에 이팔청춘으로 몸이 바뀌어 버린 ‘수상한 그녀’ 오말순,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신고를 밥 먹듯이 넣는 민원왕 ‘아이 캔 스피크’ 나옥분, 촌철살인 독설을 내뿜지만 누구보다 손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정직한 후보’ 김옥희 등 매 작품마다 캐릭터에 완벽 몰입하며 관객들을 웃기고 울려왔다.

‘오! 문희’도 그의 유쾌한 매력은 물론, 마음을 흔드는 열연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오! 문희’는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 엄마 문희(나문희 분)와 물불 안 가리는 아들 두원(이희준 분)이 범인을 잡기 위해 펼치는 수사극.

나문희는 뺑소니 사고를 목격했지만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속을 태우는 엄마 문희로 분한다. 한시도 예측할 수 없는 캐릭터를 특유의 맛깔나고 에너지 넘치는 연기로 소화한 것으로 전해져 기대를 모은다.

배우 이희준과의 호흡도 기대 포인트다. 하나뿐인 딸을 다치게 한 뺑소니범을 잡겠다는 일념 하에 무작정 뛰어나선 아들 두원 역을 맡은 이희준은 나문희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케미’를 선보일 예정이다. 8월 개봉.

◇ ‘69세’ 예수정, 노인 향한 시선과 편견에 화두를 던지다

‘69세’로 진정성 있는 열연을 예고한 예수정. /엣나인필름
‘69세’로 진정성 있는 열연을 예고한 예수정. /엣나인필름

예수정은 1979년 연극 ‘고독이라는 이름의 연인’으로 연기를 시작한 데뷔 41년 차 배우다. 다수의 연극에 출연하며 무대에서 연기 내공을 쌓은 뒤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을 시작으로 매체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영화 ‘황진이’(2007), ‘궁녀’(2007), ‘시크릿’(2009), ‘조선명탐정: 각시탈’(2011), ‘도둑들’(2012), ‘인간중독’(2014), ‘비밀은 없다’(2016), ‘죽여주는 여자’(2016) 등과 드라마 ‘신의 선물-14일’(2014), ‘공항 가는 길’(2016), ‘피고인’(2017), ‘비밀의 숲’(2017) 등에서 굵직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예수정은 뒤늦게 빛을 발했다.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대중들에겐 낯선 배우였던 그는 2017년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함께-죄와벌’에서 자홍(차태현 분)의 노모로 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억울한 사고로 아들을 잃은 농아 어머니의 아픔을 절절하게 담아내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케이블채널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2019) 속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극 중 KU그룹 회장이자 유니콘 이사 송가경(전혜진 분)의 시어머니 장희은 역을 맡은 그는 전작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며 안반극장을 사로잡았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대기업 총수의 냉철한 모습부터 좌중을 압도하는 독보적인 카리스마까지 강렬한 여성캐릭터를 탄생시키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예수정은 오는 8월 26일 개봉하는 영화 ‘69세’로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69세’는 비극적인 상황에 처한 69세 효정(예수정 분)이 부당함을 참지 않고 햇빛으로 걸어 나가 참으로 살아가는 결심의 과정을 그린다. 성폭력을 당한 69세 효정을 통해 성폭력 문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인 여성의 인권과 편견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으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관객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예수정은 효정을 연기한다. 효정은 사회가 정해놓은 노인의 틀에서 벗어난 인물이다.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옷을 차려 입고 늘 정갈한 자세를 유지하지만 ‘노인답지 않다’는 소리를 들으며 여성으로서, 노인으로서, 사회에서 약자가 감내해야 할 시선과 편견에 맞서는 인물이다.

예수정은 덤덤하면서도 깊이 있고, 절제된 연기로 몰입을 높일 전망이다. 예수정은 제작진을 통해 “죽음에 가까워진 노인이라고 사유를 멈춘 것은 아니다”라며 “아무리 나이 든 노인도 가시에 찔리면 아파하는 한 명의 인간이다.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감각, 그리고 자신을 아프게 하는 가시를 뽑으려는 노력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의 진정성 있는 열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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