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국내 항공사 최초로 도입한 보잉 737MAX8 기재. /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이 국내 항공사 최초로 도입한 보잉 737MAX8 기재. / 이스타항공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이스타항공이 지난해부터 쉽지 않은 항해를 해오다 결국 파산 위기에 놓였다. 이스타항공이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국내 최초로 들여온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 737MAX8의 운항 중단부터다.

◇ 737MAX8, 해외서 두 차례 추락… 전 세계, 해당 기종 운항 금지

이스타항공은 2018년 12월 21일, 국내 항공사 최초로 보잉 737MAX8 기재를 도입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국내 대형항공사(FSC)도 도입하기 전에 차세대 항공기를 선 도입한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737MAX8을 통해 단거리노선에서 벗어나 중장거리노선을 적극 공략하는 등 노선확장 및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의 해당 항공기는 도입 3달도 채 지나지 않아 비행을 할 수 없게 됐다.

이스타항공의 737MAX8 기재가 운항을 중단하게 된 계기는 해외에서 발생한 항공기 추락 사고다. 737MAX8은 해외 항공사에서 먼저 도입해 운항을 해왔다. 이스타항공의 737MAX8 도입에 앞서 2018년 10월 29일,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소속 737MAX8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탑승자 189명이 전원 사망했다. 당시에는 과실이 보잉 측에 있는지, 파일럿(조종사)의 조종 실수인지, 정비 과정의 문제였는지 단기간에 밝힐 수가 없어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해가 지나고 2019년 3월 10일, 에티오피아항공의 737MAX8도 추락해 탑승객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737MAX8 동일 기재가 두 차례 추락 사고에 휘말리자 이스타항공은 2019년 3월 13일, 운용 중인 해당 기재 2기에 대해 자발적 운항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스타항공은 당시 737MAX8의 향후 운항 재개 시점은 자사와 국토교통부의 정밀안전 점검 이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확인되는 시점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는 2019년 3월 14일 ‘노탐(NOTAM: Notice To Airmen)’을 통해 737MAX 기종의 국내 공항 이착륙과 영공 통과를 금지시키는 조치를 항공사 등 관계기관에 통지했다.

앞서 같은 달 12일까지 737MAX 기종의 운항을 중단하거나 영공 통과를 금지한 국가는 40개국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두 건의 737MAX8 추락 사고에서 유사한 부분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장기간 조사 끝에 보잉의 설계 과정의 문제로 드러났다. 해당 문제는 아직 100%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스타항공의 737MAX8 기재도 아직 비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1년 4개월 이상 바닥에 발을 붙이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가 일본발 악재에 이어 중국발 변수까지 발생하면서 대안을 찾기 힘든 위기 상황을 맞게 됐다. /시사위크
국내 항공업계가 일본발 악재에 이어 중국발 변수까지 발생하면서 대안을 찾기 힘든 위기 상황을 맞게 됐다. /시사위크

◇ 한·일 외교 갈등, 보이콧 재팬으로 번져 항공업계 직격

연초부터 난기류를 만나 쉽지 않은 한 해를 시작한 이스타항공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악재를 마주했다.

2019년 6월,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급부상했다. 이를 두고 양국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갈등을 빚게 됐다.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 문제 갈등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급기야 반도체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라는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의 이 같은 행태에 갈등은 7월, 8월까지 이어지며 고조됐고 우리 국민들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일본 여행 안 가기 등 일명 ‘노 재팬’ ‘보이콧 재팬’을 선포했다.

일본 여행을 가려는 한국인의 수가 급속도로 하락하자 여행사와 항공사 등은 매출에 직격타를 맞았다. 그간 한∼일 항공노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뜨기만 하면 흑자’라고 불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주력 노선으로 개척했었다. 그러나 일본 불매 운동의 여파로 기존에 예매를 해둔 고객들까지 예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일본 노선 여객수가 급감, 기존 일본 노선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

이스타항공은 연이은 악재로 추락을 거듭하다 결국 임직원 무급휴직을 추진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그럼에도 어려운 업황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매물로 나온 이스타항공에 대해 당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고배를 마신 제주항공이 관심을 보였다. 2019년 12월 18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지분 51.17%(보통주 497만1,000주)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절차를 밟아 나갔다. 당시만 해도 국내 항공사간 최초의 인수합병(M&A)으로 이목을 끌며 이스타항공에겐 호재로 다가오는 듯 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이 결국 무산됐다. /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이 결국 무산됐다. /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 코로나19 발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항공업계… M&A 무산

2019년 12월 30일, 중국에서 원인불명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발견됐다고 국내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후 올해 1월초까지만 해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다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계속 번져나가는 등 감염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관측되면서 전염병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그러다 올해 1월 초순, 국내에서도 유증상자가 발견됐고, 코로나19 확진자도 발생했다. 또 코로나19가 사람 간에 전염되는 것이 확인됐다. 코로나19 확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전 세계 국가는 하나둘씩 빗장을 걸어 잠그며, 외국인 입국을 꺼리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아시아권을 시작으로 전 세계의 하늘길이 차례로 막혔고 결국 항공업계는 국제선을 최소화하면서 국내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스타항공은 앞서 737MAX8 운항 중단과 보이콧 재팬으로 일본 노선 중단 등 수익성이 최악으로 치닫게 됐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 노선을 대신해 돌렸던 중국 및 동남아 노선마저 막히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수익이 발생하지 않게 되자 이스타항공은 임직원들의 급여조차 맞춰줄 수 없게 됐고, 2020년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발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1~2월 4대 보험료까지 체납된 사실이 알려졌고, 이미 2019년 말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인 것이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에 이스타항공은 비행을 하면 할수록 적자만 커지는 상황이라 판단, 3월말 전 노선 운항 중단이라는 셧다운을 선포했다.

전 노선 운항을 멈춘 이스타항공은 이후 수익이 ‘0원’으로, 직원들에게 급여를 한 푼도 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때부터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이 시작됐다. 최악의 상황에 이스타항공이 믿을 구석은 M&A를 타진 중인 제주항공 뿐이었다. 그러나 제주항공의 M&A 실사는 지지부진하기만 했고, 이렇다 할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2월부터 발생한 임금체불이 3월, 4월을 넘어 6월까지 계속되는 상황에 생계가 막막해졌다. 이에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EPU)는 거리로 나와 투쟁 벌이는 등 이스타홀딩스와 제주항공에게 M&A를 하루 빨리 마무리하라고 독촉했으나, 제주항공 측에서 돌아온 대답은 이스타항공이 SPA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했다는 것과 선행조건이 100% 완결되지 않으면 인수는 불가하다는 최후의 통첩이었다.

이미 셧다운까지 선포하고 3개월 이상 비행을 하지 못한 이스타항공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제주항공 측에 협상을 하루 빨리 마무리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결국 이스타홀딩스와 맺은 SPA를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되면서 갈 곳을 잃은 이스타항공은 현재 제주항공 및 창업주 이상직 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을),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를 상대로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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