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반(反) 화웨이’ 기조가 짙어지고 있다. 미국의 제재에 이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화웨이의 5G통신장비를 철수한다는 계획을 줄지어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5G통신장비시장에 커다란 변동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중국의 글로벌 IT기업 ‘화웨이’가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 2019년 5월 미국이 안보상의 이유로 수출규제 대상 항목에 화웨이를 포함한 것을 시작으로 국제적인 ‘반(反) 화웨이’ 기조가 짙어지면서다.

그동안 화웨이는 미국의 결정에 “미국 내 IT기업들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며, 유럽 등 국가들은 여전히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어 미국의 제재는 자기 발 찍기”라며 맞받아쳐왔다. 그러나 이달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까지 화웨이의 5G통신장비를 철수한다고 발표하면서 말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IT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세계 최대 5G통신장비 회사인 만큼 이번 유럽 국가들의 ‘탈 화웨이’ 선언과, 거세지는 미국 정부의 압박은 글로벌 5G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통신사들 역시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반 화웨이’로 갈등 커지는 미국·유럽 vs 중국… 삼성전자, 반사이익 가능성↑

화웨이와 5G통신장비 공급을 놓고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에게는 이번 소식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5G통신 구축 사업을 가속화하는 국가들이 화웨이를 배제한 후 새로운 통신장비기업들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현지시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G장비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삼성전자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4분기 세계 5G통신장비시장에서 점유율 31.6%로 1위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2019년 4분기에는 중국 화웨이(점유율 35.3%)에게 1위를 내줬다. 이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점유율 10.4%로 크게 하락해 스웨덴의 에릭슨(24.6%), 필란드의 노키아(13.2%)에게도 밀리면서 4위로 주저앉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이 5G통신장비 분야에서 세계4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세계 시장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커다란 기회를 주고 있다”며 “최근 기존의 주요 수입원인 스마트폰, TV 판매 부진을 입은 삼성전자가 통신장비 부문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화웨이 퇴출을 선언한 영국은 지난 9일 영국 화원에 참석한 삼성전자 김우준 부사장에게 영국에 5G통신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지를 물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우준 부사장은 “(5G통신장비 공급은) 분명히 가능하다”며 “삼성전자는 통신망 장비 공급과 관련해 유럽 사업자들과 활발한 논의 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와 5G통신장비 공급을 놓고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에게는 이번 소식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5G통신 구축 사업을 가속화하는 국가들이 화웨이를 배제한 후 새로운 통신장비기업들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측이 미국과 유럽의 화웨이 퇴출에 대한 보복 조치로 에릭슨과 노키아에 대해 제재를 가할 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

또한 중국 측이 미국과 유럽의 화웨이 퇴출에 대한 보복 조치로 에릭슨과 노키아에 대해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과 다수 외신 매체들은 “중국 상무부는 유럽의 화웨이 제재가 현실화되면 노키아와 에릭슨이 중국 내 공장에서 만든 제품들을 다른 국가에 보내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1위 화웨이는 미국과 유럽이, 2·3위의 에릭슨과 노키아는 중국이 서로 제재를 가하면서 ‘어부지리’로 삼성전자가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그림이 나올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노키아, 에릭슨과 달리 중국에서 통신장비를 생산하지 않고 있어 보복 조치에 비교적 자유롭다. 현재 삼성전자의 5G통신장비는 베트남과 한국공장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전세계 네트워크 장비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케팩스(미래 이윤창출을 위한 지출 비용)인데 중국이 가장 큰 것은 사실이나, 미국, 일본, 한국, 인도 시장도 엄청나게 큰 시장”이라며 “동남아국가, 아프리카를 제외한 세계의 절반이 넘는 국가들이 화웨이 장비를 안쓰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웨이를 제외하게되면 남는 5G통신장비회사는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인데, 현재 노키아는 경영난 등에 시달리고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 에릭슨의 수요가 있을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반 화웨이' 기조로 호재가 예상되는 삼성전자와는 다르게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난감한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LG유플러스에게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 LG유플러스가 이로 인해 받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사위크DB

◇ 미국 압박 받은 LG유플러스… 증권가, “직접적인 타격은 미미할 것”

반면 삼성전자와 다르게 LG유플러스는 세계적인 '반 화웨이' 분위기에 불편한 상황이다. 현재 LG유플러스는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화웨이 등 4개 업체와 계약을 맺고 5G통신장비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는 지난 22일 LG유플러스를 직접 언급하며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우리나라가 화웨이 제재에 대해 미국의 직접적인 압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 국무부 사이버·국제정보통신 담당 부차관보는 브리핑을 통해 “LG유플러스와 같은 통신사들은 ‘믿을 수 없는 장비 공급자(화웨이)’로부터 벗어나 신뢰할 수 있는 장비공급자로 옮길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화웨이와 ZTE(중국의 다른 통신장비업체)같이 믿을 수 없고 위험성 높은 공급자로 5G통신망에 일부라도 참여시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중요한 시스템을 조작, 간첩행위에 취약하게 만들어 정부, 회사, 개인정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14일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 SK텔레콤과 KT를 ‘깨끗한 기업’이라고 칭하며 LG유플러스 등 다른 글로벌 통신 업체들이 ‘반 화웨이’ 전선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LG유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다. 만약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전부 철수할 경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압박이 LG유플러스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은 27일 보고서에서 “최근 주식시장에선 미국 국무부가 LG유플러스에 화웨이 장비 사용 중단을 권고해 우려가 크다”며 “하지만 화웨이 이슈가 LG유플러스의 실적 변수가 되긴 어려우며 미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홍식 연구원은 “LG유플러스가 2021년부터 점진적으로 화웨이 장비 구입을 중단하고, 타업체로의 장비 전환, 장비 상호 연동 조치를 취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화웨이 장비의 경우 초기 구매 비용이 낮은 반면, 유지보수비용이 비싸 벤더 교체에 따른 총 장비 구매 비용 증가분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새로운 장비를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구매함에 따른 2021년 이후 연간 LG유플러스 영업비용 증가분은 200~3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므로 부담이 크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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