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산후조리원 문화 및 인프라가 무척 발달한 곳입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은 감염예방 등에 취약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뉴시스
우리나라는 산후조리원 문화 및 인프라가 무척 발달한 곳입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은 감염예방 등에 취약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어느덧 다시 여름입니다. 따가운 햇살과 찌는 무더위, 이를 모두 날려버릴 여름휴가 시즌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 코로나19로 인해 예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인데요. 여러모로 답답한 시기지만, 그래도 모두 즐겁고 시원한 여름이 되길 바랍니다.

저희는 이제 한 달여 앞으로 성큼 다가온 둘째맞이 준비에 한창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한창’이란 말이 조금 민망하네요. 첫째아이 때와 비교하면 너무 소홀해 미안할 지경입니다. 아무래도 첫째아이가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네요. 그럼에도 아내 뱃속에서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요즘엔 태동으로 제법 존재감까지 뽐내는 둘째아이가 고맙고 대견합니다.

◇ 2년 전보다 좁아진 산후조리원 선택지

비록 첫째아이 때보단 소홀하지만, 꼭 필요한 것들은 문제없이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 중 하나가 산후조리원인데요. 산후조리원에 대해선 연재 초기에도 한 번 다룬 바 있죠. 그게 벌써 2년 전인데요. 이번에 또 한 번 산후조리원을 선택하다보니, 2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거나 나아진 것이 없어 큰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던 첫째 때, 저희는 심사숙고 끝에 산후조리원을 결정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접근성이 장점인 반면, 최신·고급 산후조리원에 비해 시설 및 인테리어가 다소 낙후된 것이 단점이었죠. 산후조리원은 실속을 중시하고, 대신 마사지와 태교여행에 더 투자하자는 게 저희의 생각이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산후조리원을 알아보다보니, 첫째 때 이용했던 곳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폐점했더군요. 물론 계속 영업 중이었다고 해서 무조건 그곳을 선택하진 않았겠지만, 선택지가 무척 좁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치 상 가능한 나머지 산후조리원은 모두 가격과 시설이 비슷했으니까요. 별 수 없이 위치가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해 예약했고, 첫째 때와 비교하면 두 배 정도 비용부담이 커졌습니다.

산후조리원은 출산·육아 과정에서 적잖은 목돈이 들어가는 항목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 2주에 300만원 이상은 기본이고, 400~500만원대인 곳도 상당합니다. 1,0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급 산후조리원도 등장했고, 전반적인 추세가 ‘고가화’ 양상을 띠고 있는 현실이죠.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시장논리로 인해 이용자들의 선택지가 좁다는 겁니다.

이러한 산후조리원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대표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방안 중 하나는 공공산후조리원입니다. 하지만 아직 눈에 띄는 진전은 없습니다. 서울 지역에 운영 중인 공공산후조리원은 첫째아이 때나 지금이나 단 한 곳뿐입니다.

진전이 더딘 이유는 있습니다. 사실, 산후조리원은 보건의 측면에서 봤을 때 완벽한 시설이 아닙니다. 산모와 갓 태어난 신생아에겐 충분한 휴식과 돌봄 못지않게 각종 질병 및 감염으로부터의 보호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시설은 그만큼 잠재적 감염 위험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가 뼈저리게 체감하고, 교훈을 얻은 부분이기도 하죠. 실제로 산후조리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발생합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산후조리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사례가 몇 차례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봤을 땐, 대다수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국만의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죠.

때문에 우선 방향부터 명확하게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보편적으로 자리 잡은 산후조리원에 더욱 철저한 감염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며 비용 부담이 적은 공공산후조리원도 확충시켜 나갈지, 가정산후조리 시스템 및 문화 확대를 추구할지 선택이 필요하죠. 물론 두 가지를 병립할 수도 있고요.

명확한 방향 설정이 선결되지 않는다면, 보건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공공산후조리원 확충은 더디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의례 그렇듯 비용 부담을 감수하며 민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지금의 상황이 계속 반복될 겁니다.

인구 2만2,000여명, 지난해 출생아수 171명을 기록한 양구군에 공공산후조리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양구군
인구 2만2,000여명, 지난해 출생아수 171명을 기록한 양구군에 공공산후조리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양구군

◇ 인구 2만 양구군에 들어선 공공산후조리원

그래도 다행인 점은 지방에서는 공공산후조리원의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강원도 양구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양구는 ‘한반도의 배꼽’이라 불리는 곳으로, 휴전선 아래 위치해있습니다. 아마 양구를 잘 아는 남성분들은 그 이유가 군대일 겁니다.

양구는 강원도 내 시군 중에서도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일 뿐 아니라, 전국 군단위 기초단체 가운데서도 가장 인구가 적습니다. 2만2,000여명 정도죠.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여러 인프라가 뒤처져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난 10일, 양구에 공공산후조리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2층 건물에 산모 8명과 신생아 10명을 소화할 수 있는 양구 공공산후조리원은 도시의 여느 산후조리원 못지않은 시설을 자랑합니다.

신생아실은 멸균 시스템과 항온·항습 기능을 갖췄고, 허니큐브 시스템이 적용돼있어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아기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산모실은 항온·항습 기능을 갖추도록 친환경 규조토로 마감 처리해 시공했고, 침구류는 항 알레르기 제품으로 준비했습니다. 아쿠아 마사지실, 찜질방, 골반교정기, 각종 발 마사지기, 파라핀 베스, 적외선 치료기 등 첨단장비도 완비돼있죠.

지난해 171명의 신생아가 태어난 양구는 출산인프라가 열악한 대표적인 곳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33개 ‘분만취약’ 지자체 중 하나였고, 산후조리원은 아예 없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기 위해선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떠나거나, 집에서 해결해야 했습니다.

가까운 산부인과 및 산후조리원을 이용해도 신경 쓰고 챙겨야할 것들이 여간 많은 것이 아닌데요. 다른 지역으로 원정까지 떠나야 한다고 생각해보니 정말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저희처럼 둘째 출산인 경우엔, 첫째아이까지 챙겨야해 상황이 더욱 난감할 것 같고요.

하지만 이제 양구 주민 분들은 아이를 낳는데 있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양구에서도 좋은 시설을 누리며 몸조리를 할 수 있게 됐죠. 지난 10일 첫 공식손님으로 입실한 산모도 강원도 춘천에서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다 옮겨왔다고 합니다.

비용부담도 크지 않습니다. 산모가 1년 이상 양구에 주민등록을 두었다면, 2주 기준 180만원의 요금을 아예 받지 않습니다. 1년 미만인 경우에도 50%만 내면 됩니다. 양구와 가까운 화천, 인제 주민들도 30%의 요금을 할인 받을 수 있습니다.

양구는 2017년 강원도의 공공산후조리원 공모사업에 선정되며 이러한 인프라를 갖출 수 있게 됐습니다. 분만산부인과 역시 정부 지원으로 올해 안에 마련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엔 26억원가량이 투입됐는데, 이를 통해 향후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난다면 그 효과는 이를 상회하고도 남을 겁니다.

이처럼 양구에서 전해진 반가운 소식은 공공산후조리원의 또 다른 필요성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지방의 경우 민간 산후조리원이 없는 곳이 상당합니다. 이 역시 시장논리에 따라 불가피한 부분인데요. 아무래도 기본적인 산후조리원 수요가 적고 일정하지 않다보니 민간영역에서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공공부문이 채운 게 공공산후조리원입니다. 양구 공공산후조리원은 계약기간을 기반으로 위탁운영 방식이 적용됩니다. 산모가 적어도, 행여 산모가 한 명도 없는 기간이 발생하더라도 운영사는 일정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민간영역이라면 당장 경영난으로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서도, 공공산후조리원은 아무 문제가 없죠.

공공산후조리원은 양구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추가 건립 계획들도 속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와 개선이 지방 출산율 제고의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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