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5 10:55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본 미래의 한국 군사력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본 미래의 한국 군사력
  • 서예진 기자
  • 승인 2020.07.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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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고체연료 사용 제한 문제 해결’ 직접 지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8일부로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내용의 한미 미사일 지침이 적용됐다. 이번 개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지난 28일부로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내용의 한미 미사일 지침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기존 액체 연료로는 쉽지 않았던 저궤도 군사 정찰용 인공위성 발사도 가능해져 한반도 상황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미사일 지침은 두 번이나 개정됐다. 1979년 도입된 한미 미사일 지침은 이번을 포함해 4차례 개정됐다.

◇ 저궤도 정찰용 위성 개발로 ‘언블링킹 아이’ 구축

이번 4차 개정을 통해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과 연구소, 대한민국 국적의 모든 개인은 기존의 액체연료 뿐 아니라 고체연료와 하이브리드형 등 다양한 형태의 우주발사체를 아무 제한 없이 자유롭게 연구·개발하고 생산·보유할 수 있게 됐다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설명했다.

개정 전에는 한미 미사일 지침의 제약으로 한국형 우주발사체는 고체연료가 아닌 액체엔진으로만 개발됐다. 액체엔진은 로켓의 무게와 크기를 증가시키고 펌프를 이용해 연료를 연소실로 보내기 때문에 연료탱크와 펌프를 별도 개발해야 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반면 고체연료는 제작이 쉽고 비용이 적게 들며 한 번에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이번 4차 개정을 계기로 연구·개발을 지속할 경우, 우리나라는 2020년대 중후반까지 500~2,000km의 저궤도 군사 정찰용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다는 것이 김 차장의 설명이다.

김 차장은 이에 대해 “우리는 세계에서 인정하는 강력한 군대를 갖췄고 50조원 가까운 국방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눈과 귀가 부족했다”며 “(4차 개정으로) 한반도 상공을 24시간 감시하는 언블링킹 아이(unblinking eye·감지 않는 눈)를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 의지 반영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안보태세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말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안보태세’는 ‘강한 군사력 구축’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동안 국방비 두 배 증가, 방위력 개선비 세 배 증가, 국방예산 최초 50조원 돌파 등의 성과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참모들에게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백악관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하우스 대 하우스’로 직접 협상을 통해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제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미사일 지침 개정에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육·해·공군 전력 사열을 하고 있다. 뒤로 공군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안보태세’란 ‘강한 군사력 구축’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육·해·공군 전력 사열을 하고 있는 모습. 뒤로 공군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나 국방부 등에 따르면 인접 국가인 중국은 정찰용 인공위성이 30개가 넘고, 일본도 8개나 있으나 우리는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미국이 제공하는 위성 정보에 의존했고, 이는 지난해 일본과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분쟁 과정에서 우리 군의 한계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에 자체 정찰용 인공위성은 빨라야 2023년쯤부터 보유하고, 순차적으로는 2025년이 돼야 도입이 완료될 전망이었다. 정부가 전작권 조기 환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대북 정찰 역량은 2023년 전까지 ‘제로’에 수렴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4차 개정을 통해 저궤도 군사 정찰용 인공위성을 조기 개발할 경우, 정찰 역량도 그만큼 빨리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전작권 환수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혹은 예상보다 앞당길 수 있다는 평가다.

◇ 미국은 왜 동의했을까

그렇다면 41년간 개정되지 못한 지침 개정을 미국이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개정으로 인해 미국에 주는 반대급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김 차장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이번 개정을 통해 한미 동맹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이 김 차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반대급부 없는 협상은 존재하기 어렵다. 미국은 한국 등 동맹국이 미 국익에 기여해줄 것을 요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도 미국에게 받아낼 것을 받아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우리 측이 미국을 설득한 논리는 ‘비즈니스 논리’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이 스스로 정찰용 인공위성을 개발하려면 미국의 기술력, 혹은 미 군수산업에 의존해야 한다. 사업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방 예산 50조원 이상의 한국은 미 군수산업의 ‘큰 손’으로 보였을 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무기구입에 감사하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다만 북한, 중국, 일본 등의 반발과 미국의 노골적인 중국 견제 요구 등의 리스크는 존재한다. 특히 중국의 경우 한국의 정찰 역량 강화를 달가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반(反)중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선 한국의 정찰 능력 강화 필요성도 개정 동의 근거가 됐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직간접적 보복이 있었던 만큼, 중국의 반발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은 마련해 둬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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