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달 초 주식증여를 통해 이른바 ‘주식금수저’ 2명을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에 추가했던 하나제약 최대주주 일가가 돌연 증여를 취소했다. 가뜩이나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던 주식증여가 취소되면서 더 큰 물음표를 남기게 된 모습이다.

◇ 25억·14억 주식 증여받았던 8살·5살, 돌연 ‘취소’

하나제약은 최근 최대주주 소유주식변동을 공시했다. 지난 3일 공시했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간 주식증여를 취소한다는 내용이다.

주식증여에 나섰던 것은 오너일가 2세이자 하나제약에 경영일선에서 활동했던 조혜림 전 이사다. 2013년생 A군과 2016년생 B군에게 각각 11만3,400주, 6만4,800주의 하나제약 주식을 넘겼다. 증여가 이뤄진 지난달 26일을 기준으로 각각 25억, 14억원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 같은 증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으며, 규정에 따라 증여세를 부담하게 돼 다른 방식의 재산증여에 비해 투명했다. 다만, 각각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와 유치원생 나이인 두 아이가 수십억원대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는 점은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하기 어려웠다. 조기 주식증여가 궁극적으로는 증여비용 절감 및 자산증식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 등 주식금수저 관련 논란도 제기됐다.

약 한 달여 만에 주식증여가 전격 취소되면서 하나제약은 이 같은 불편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 증여·취소 배경 ‘아리송’… 의문만 남긴 최대주주일가

하지만 관련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주식증여에 따라붙었던 의문 또한 더욱 커지게 됐다.

우선, 하나제약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엔 A군과 B군 이전에도 이미 3명의 주식금수저가 존재하고 있었다. 2009년생 C군, 2011년생 D양, 2011년생 E군 등이 나란히 12만8,552주를 보유 중이었다. 이는 A군과 B군보다 많은 것이자, 현재 시세로 약 28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또한 이들은 하나제약이 상장한 2018년 10월부터 해당 주식을 보유해왔다. 여러모로 A군과 B군의 비해 논란의 소지가 더 크다.

만약 하나제약 최대주주일가가 주식금수저 관련 논란에 부담을 느껴 주식증여를 취소한 것이었다면, C군, D양, E군 등 기존 주식금수저들의 향후 행보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들의 경우 증여취소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던 A군 및 B군과 상황이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다. 주식증여를 둘러싼 물음표는 증여취소로 더욱 커지게 됐다. A군 및 B군에 대한 주식증여는 하나제약의 2세 경영 상황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끈 바 있다.

주식을 넘겨준 조혜림 전 이사는 오랜 세월 하나제약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7월 돌연 퇴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세금포탈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오너일가 2세 삼남매의 지분 분포가 비교적 고르다는 점에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하나제약 측은 “조혜림 전 이사의 퇴사는 개인적인 사유에 의한 것이며, 세금포탈 사건 때문이라는 것은 시기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해서도 ‘설’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더욱 주목을 끈 것은 주식을 증여받은 A군과 B군의 정체다. 하나제약 측은 “조혜림 전 이사와 A군 및 B군의 구체적 관계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공시를 통해 공개되는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주소 현황을 살펴보면 A군과 B군은 조혜림 전 이사의 자녀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기존에 주식을 보유 중이던 C군과 D양의 주소가 조혜림 전 이사와 같은 부산으로 기재돼있다. 주소지가 경기도 성남인 점, 조씨 성을 가진 점 등을 고려하면 A군과 B군은 조동훈 하나제약 사장의 자녀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같은 내막은 주식증여의 구체적 배경을 더욱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런데 주식증여가 돌연 취소되면서 그 배경은 더 큰 의문을 남기게 됐다.

이와 관련해 하나제약 관계자는 “최대주주 측에서 결정한 것으로, 구체적인 이유나 의미는 전달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