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연일 쓴 소리에 나섰다. /뉴시스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비판하며 진보 야당의 야성(野性)을 부각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브레이크가 없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정의당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야당이 여당 견제의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보 야당의 ‘야성(野性)’을 부각하고 있다.  

30일 정의당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정의당은 부동산 관련 법안의 절박성과 시급성을 고려해서 미흡한 정부안임에도 불구하고 입법 절차에 협조했다”며 “그러나 이번 입법 과정을 지켜보며 착잡하고 우려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과정이 잘못됐다면 그 결과 또한 정당화될 수 없다”며 “180석에 가까운 의석은 특권보다는 무거운 책임에 가깝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임대차 3법과 공수처 후속 법안 등 당론으로 추진 중인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야당을 무시한 채 입법 드라이브를 걸면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법안에 대해 소위를 구성하지 않고, 찬반 토론 등 중간 과정을 생략하면서 문제가 됐다.

여당의 ‘강공’에 야당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176석의 거여(巨與)가 탄생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지만, 민주당이 실력을 행사하자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통합당은 ‘장외 투쟁’을 거론했지만, 실효성을 두고 당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가까운 정의당이 비판 대열에 합류하면서 민주당을 향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앞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시급함을 내세워 절차를 무력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표결에는 참석했지만, 민주당의 일방 독주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의당은 30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는 참석했지만, 민주당의 독주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부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토론자로 나서 ″상임위원회는 당정협의회, 본회의는 민주당 의원총회에 다름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뉴시스

◇ 정의당, ‘진보 야당’ 거듭날 기회?

과거 정의당의 쓴소리는 민주당에게 부담이었다. 여야의 세력이 비슷한 상황에서 ‘캐스팅 보터’인 정의당과 손을 잡아야 할 일이 빈번했던 탓이다. 20대 국회에서 그 모습은 분명했다. 민주당이 정의당의 일침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정치적 진영에서 정의당의 반대가 곧 ‘명분상실’을 의미한다는 점도 유효했다. 과거 정의당의 데스노트도 이같은 맥락이었다. ′정의당도 반대한다′라는 메시지가 정치권에서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했던 이유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의 상황은 달라졌다. 거대 여당이 되면서 동력이 확실해졌고,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20대 국회 당시 야당의 발목잡기를 재현하지 않겠다는 의지만으로도 명분을 얻는 셈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입법 독주’라는 비판에 대해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20대 국회에서 부동산 관련법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있었으나, 야당의 반대로 부동산 관련법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지금의 폭등이 나타났다″며 ″야당의 발목잡기와 씨름해야 하는 민주당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의 쓴소리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이같은 국면이 정의당에게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정의당이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고 해도 민주당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그러나) 민주당 2중대 목소리를 듣지 않도록 개혁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제1야당을 빼고 일하는 것을 잘했다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평론가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권에 각을 세워야 하는 통합당 입장에서는 국정 운영 과정에 불참할 것이 뻔하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회 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진보 야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정의당으로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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