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9 23:26
ITER 적용된 韓 핵융합 기술, 국내 과학계엔 어떤 영향?
ITER 적용된 韓 핵융합 기술, 국내 과학계엔 어떤 영향?
  • 박설민 기자
  • 승인 2020.07.31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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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가 넘는 ITER… 우리나라가 개발한 장비로 유지
핵융합 기술, 발전 외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과정에도 필수
ITER 국제기구가 지난 28일 프랑스 남동부 카다라슈(Cadarache)에서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의 조립을 시작했다. ‘ITER’는 궁극의 미래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ITER 국제기구가 진행하는 글로벌 핵융합로다. 특히 ITER의 핵심 장치에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부품 9가지가 장착되는 성과를 얻으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ITER국제기구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ITER 국제기구는 지난 28일 프랑스 남동부 카다라슈(Cadarache)에서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의 조립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지구상에 핵융합 기술을 기반으로 ‘인공 태양’을 만들어 미래 에너지원을 확보하고자하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ITER 프로젝트’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ITER 프로젝트’는 궁극의 미래 에너지 발전으로 꼽히는 ‘핵융합 발전 기술’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세계 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ITER 국제기구가 진행하는 글로벌 핵융합로 건설 프로젝트다. 

핵융합 발전은 화력 발전과 같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없고, 기존의 원자력 발전에서 사용되는 ‘핵분열’ 방식과 달리 방사성 폐기물의 유출이나 고준위 방사능 물질의 발생, 원자로 노심 용융 사고의 가능성 등이 없어 안전하다. 주연료인 중수소는 바닷물로부터 얻을 수 있어 이용가능한 자원도 매우 풍부하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ITER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을 조달하는 성과를 이뤘다. 또한 핵융합 발전에서 파생된 기술들도 우리나라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시사위크>는 이번 ITER 프로젝트에서 우리나라가 거둔 성과와 이것이 향후 국내 과학·산업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국내 핵융합·플라즈마 공학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김곤호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핵융합 발전은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방사성 폐기물의 유출이나 고준위 방사능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주연료인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얻을 수 있어 가장 이상적인 에너지원이라고 평가받는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스타크가 장착한 '아크'도 핵융합 발전을 모티브로 삼은 것이다./ 네이버 영화

◇ 핵융합 발전, 1억℃가 넘는 플라즈마 발생… “한국 기술로 버틴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소의 원자핵을 결합시켜 무거운 원자핵을 만드는 과정을 의미한다.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소들의 핵이 서로 결합해 헬륨처럼 좀 더 무거운 원소를 형성하게 될 때 발생한 질량 결손에 의해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이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 ‘핵융합 발전’이다. 

이때 핵융합 발전을 위해서는 섭씨 1억℃가 넘는 초고온의 플라즈마(원자 혹은 분자가 전자와 양전하를 가진 이온으로 분리된 상태. 고체, 액체, 기체 다음의 물질의 제 4의 상태)를 생성시키는 기술과 이를 담고 견뎌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문제는 지구상의 그 어떤 물질도 1억℃를 버틸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가능하도록 하는 부품을 조달한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어떤 기술을 적용해 초고온 플라즈마의 온도를 버틸 수 있도록 한 것일까. 

김곤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핵융합 발전 시 1억℃의 초고온 플라즈마가 발생하는 부분은 ITER의 ‘코어(중심부)’ 부분이다. 이때 코어에서 발생한 초고온의 플라즈마가 ITER의 진공 용기 벽면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도록 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구속한다. 이번 ITER 핵융합로 건설을 위해 우리나라가 조달하는 총 9가지 장비 중 ‘TF초전도도체’가 하는 역할이 바로 이것이다.

김곤호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과학자들은 ITER를 큰 무리 없이 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운전 방법 및 재료·구조·설계 등을 종합하는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며 “향후 ITER의 조립이 끝나고 나면 정상적으로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특히 이번에 ITER에 조달된 TF초전도도체, 진공장치, 전원 장치 등은 한국형 핵융합 연구장치 ‘KSTAR’와 포항 방사선 가속기 제작에 참여한 기업과 과학자들이 이룬 성과”라며 “일련의 ‘거대 과학’ 프로젝트가 미래 공학 기술을 개발하는 좋은 사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핵융합 발전의 필수 기술 ‘핵융합-플라즈마 공학 기술’은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주요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과정에서도 사용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수만℃의 고온 플라즈마를 생성하고, 다루는 기술은 핵융합 발전 기술과 동일한 원리다. 때문에 핵융합 발전 분야와 플라즈마 공정 분야는 상호 교류와 동반성장이 가능한 분야라고 평가받는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핵융합 파생 기술,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핵심 기술로 이용되다

이번 ITER 프로젝트에 우리나라가 주요한 역할을 맡은 것은 단순히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한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핵융합 발전의 필수 기술 ‘핵융합-플라즈마 공학 기술’은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주요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은 매우 정밀한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다. 원자·분자 단위의 물질들을 제어하고 반응시켜 수nm 단위의 층을 쌓거나 깎아 구조물을 생성해야한다. 이를 위한 화학 반응을 위해서는 매우 높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일반적인 기술로 올릴 수 있는 온도는 수백, 수천℃에 불과하고, 기체상태에선 이보다 높은 에너지를 유지하기도 힘들어 원하는 만큼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이때 핵융합 발전을 위해 1억℃가 넘는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기 위해 연구한 기술들을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 ‘플라즈마 공정기술’이다. 1억℃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드는 것은 보통 핵융합로에서나 가능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해당 기술을 적용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을 위한 에너지인 수만℃를 올리는 것은 비교적 쉽다. 

수만℃에 달하는 플라즈마 상태는 핵과 전자들로 구성된 물질 제 4의 상태로 원자 단위의 입자 조절을 하기 용이한 환경이다. 따라서 물질의 표면의 미세한 크기를 변형시키는데 대량 처리 작업이 필요한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것이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 양산 공정의 70%가 핵융합-플라즈마 공학에서 파생된 ‘플라즈마 공정기술’을 사용하는 이유다.

또한 플라즈마 발생을 위한 고진공 기술 및 플라즈마에 전자기 에너지를 가하는 기술도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과 핵융합로에 적용되는 동일한 기술이다. 때문에 핵융합 발전 분야와 플라즈마 공정 분야는 상호 교류와 동반성장이 가능한 분야라고 평가받는다.

김곤호 교수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이번 ITER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가들은 핵융합 발전 기술에서 파생된 플라즈마 공정 기술 분야에 관심이 높다”며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분야에 핵심이 되는 플라즈마 공정 기술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핵융합 못지않게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봤다.

현재 국내 핵융합·플라즈마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핵융합 기술과 같은 '거대 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연구를 위해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지지, 뛰어난 연구 인력들의 꾸준한 양성의 세가지 조건을 반드시 충족해야한다. 사진은  2007년 개발이 완료된 대한민국이 독자개발에 성공한 한국형핵융합연구로 'KSTAR'의 모습/ 국가핵융합연구소

◇ ‘앞 길’ 험난한 핵융합… “기술 발전 위해선 정부·국민·과학계 힘 합쳐야”

이번 ITER 프로젝트와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기술을 통해 알 수 있듯 국내 핵융합·플라즈마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핵융합 기술 개발과정은 험난한 상황이다. 핵융합 기초 연구에 대한 정부의 예산 삭감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9년도 예산안 및 기금 운용 계획 사업설명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핵융합 기초연구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45억2,300만원이다. 이는 62억6,400만원이었던 지난 2018년 예산 대비 27.8%나 감소한 금액이다. 

올해 예산안에서도 핵융합 기초연구사업 예산은 감소됐다. 2020년 과기정통부 예산안에 따르면 핵융합 기초연구사업 예산은 40억7,3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10% 가량 감소한 수치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핵융합 기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 다수 있다는 것도 기술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핵융합 기술을 반대하는 이들은 ‘인공 태양을 지구에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기술 개발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더불어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지난 2017년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활동 당시 국내 핵융합 연구개발과 이번 ITER프로젝트를 위한 분담금 전액을 삭감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양이원영 의원은 “핵융합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핵융합을 실현시키는 것은 지구에 태양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당시 과학계는 양이원영 의원의 주장에 대해 ‘기술 원리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곤호 교수는 이번 핵융합 분야와 같은 거대 과학 기술 산업은 연구소 단위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지지, 뛰어난 연구 인력들의 꾸준한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핵융합 연구 역시 해당 조건들이 ‘삼위일체’를 이루면서 국제적 수준까지 도약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김곤호 교수는 “최근 최근 핵융합 기술적 난이도가 증가하면서 지식 교류는 더욱 필요한 상황이나, 현실적으로 연구자들과 정부, 국민들이 각기 위치에서 제대로 된 교류가 힘든 게 현실”이라며“핵융합·플라즈마 공학 기술의 유기성을 국민 분들이 실감하고, 이 분야의 발전을 눈 여겨 보실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많은 나라들이 핵융합 기술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는 청정·무한하고 안전한 미래의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며 “에너지는 곧 ‘국력’이기 때문에 전 세계 최고 인재들이 이번 연구에 애쓰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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