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토론을 앞두고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토론을 앞두고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76석 과반 의석 및 18개 전 상임위원장을 석권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 앞에 103석 소수야당으로서 대응할 묘수가 보이지 않아서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위시한 원내 지도부는 최종 수단으로 장외투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코로나19와 폭우 침수피해 등 대외 여건상 당분간 원내투쟁에 집중하기로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소속 의원들에게 향후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가급적 많은 발언을 해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 실상을 국민에 알리라고 주문했다. 의회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연일 국회 상임위·본회의를 가동하며 입법 가속페달을 밟는 민주당과 눈에 띄는 대응책 없이 당하고 있는 통합당의 무기력한 모습이 대비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통합당이 제1야당으로서 야성과 전투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 필리버스터·안건조정위도 패싱

민주당은 지난 28일부터 이틀 동안 각 상임위에서 부동산 3법·임대차 3법·공수처 후속 3법 등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통합당에서는 “의회 폭거이자 입법 독재”라고 비판했지만 그뿐이었다.

임대차법은 30일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본회의장에 입장한 통합당은 일부 의원들의 반대 토론 이후 썰물처럼 퇴장했다. 표결은 보이콧했다. 표결에 참여해도 결과가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거대여당 앞 소수야당의 무력한 모습으로 비쳐졌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3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임대차법이) 정 급하면 8월 4일 이후 임시국회를 열어 논의해도 되는데 중요한 국정을 장난감 놀이하듯 한 것이 문제”라며 “무책임한 의회주의의 파괴고 난동 수준의 입법”이라고 격노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 과정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나 안건조정위원회 등 견제 수단이 있었는데 통합당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필리버스터는 현행 국회법상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300석 중 180석)이 동의하면 즉각 중지시킬 수 있다.

민주당과 범진보로 분류되는 정의당(6석)·열린민주당(3석)에 시대전환·기본소득당 등의 의석수를 합하면 190석에 육박하기 때문에 필리버스터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하태경 통합당 의원이 한 방송에 출연해 정의당과 연대를 제안한 것도 이같은 고민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통합당이 정의당과 연대만 할 수 있다면 민주당 독주로 점철될 21대 국회는 큰 틀의 국면 전환이 가능하다. 다만 정의당은 반대 입장을 낸 상태다.

주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는 (반대 의원) 180명이 넘으면 하루 만에 중단된다”며 “저희들이 필리버스터를 매번 발동하고 남용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안건조정위원회 경우도 상임위원간 이견이 발생해 안건을 조정할 일이 생길 경우 최대 90일 논의할 수 있다. 다만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이 회부된 안건을 찬성해야 조정이 이뤄진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 상임위원장들이 안건조정회의 6인 중 여당 3명과 야당 3명을 임의로 고르는데, 야당 3명 중 여당을 찬성할 사람을 한명 넣으면 4명이 된다. 3분의 2면 안건조정회의가 하루만에 결정나버리는 일이 될 것이 뻔하다”며 “안건조정회의에 가서도 민주당이 인정받았다는 빌미를 제공할 여지가 있고 지연 효과도 하루 정도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법제사법위원회의 경우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안건조정위원회를 여당 3명, 야당 3명으로 구성한다고 가정할 때 야당 3명 중 1명을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로 결정하면 범여로 분류되는 김 대표가 여당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상임위원장도 전부 민주당에 내준데다 상임위원마저 절반을 차지하지 못한 통합당은 안건조정위도 실익이 없다고 봤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주호영 “방법 없지만 국회서 최선 다하는 게 원칙”

4·15 총선에서 처참하게 패배한 통합당은 의석 수에서 여당에 압도된 상황에서 21대 국회를 보내야 한다. 다만 통합당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직접 저지할 수단이 없지만 국회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국회에서 밀어붙이면 방법은 없다”면서도 “국민이 저희를 뽑아준 취지나 의회 민주주의 취지에 비춰볼 때 국회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은 버리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외투쟁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쉽게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국민이 (대통령에게) 신발 던지기까지 할 만큼 국민 저항이 시작되고 있다고 저희들은 보고 있다”고 했다. 투쟁 방식에 대해서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거나 지역별로 전국 순회 등 다각도로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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