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비교섭단체′의 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는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거대 여당의 본격 독주 속에서 비교섭단체들이 설움을 삼키고 있다. 21대 총선 결과 제3지대 소멸로 예견된 일이었지만, 제1야당도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작아지고 있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밀어붙이기 입법에 불만을 터뜨렸다. 민주당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은 것도 이유였지만,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발의한 임대차 보호법이 아예 심의 과정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민주당의 행태를 ‘통법부’라고 비판한 것도 이러한 불만이 섞여 있다. 여당이 ‘정부안’을 고수하기 위해 같은 취지의 법안을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본회의 의사발언을 신청 했지만, 접수가 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정의당이 이번 사태를 ‘야당 패싱’을 넘어 ‘비교섭단체 패싱’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30일) 본회의에서 “이 국회에는 교섭단체만 있는 게 아니다. 정의당, 열린민주당, 국민의당을 지지해 준 국민이 있다”며 “그들 모두 국민을 대변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의당도 무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국민의당은 같은 날 본회의에는 참석했지만,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견을 가진 상대의 의견 청취와 납득을 위한 과정은 올바른 정책 발의를 위한 기본적 자세”라며 “민주주의의 당연한 정당성은 없어지고 21대 국회는 다수 독재의 논리만 남게 됐다”고 꼬집었다.

◇ 수(數) 논리 ′본격화′에 존재감 상실

21대 총선 이후 국회가 거대 양당 체제로 회귀하면서 군소정당의 존재감마저 위협받은 상황이 됐다. 정의당이 6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기본소득당‧시대전환 각 1석으로 이들을 다 합해도 14석에 그친다.

이들 정당은 정책정당, 대안정당 등의 모습을 강조하며 존재감을 부각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수(數)의 논리가 지배한 상황에서 설 자리는 거의 사라진 모양새다. 상임위 배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것은 물론, 상임위 내에서도 양당의 샅바싸움에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전날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구성과 관련해 “다수의 의견이 존중돼야 하지만, 소수의 의견도 중요하다”며 “앞으로 소위가 구성될 때 반드시 비교섭단체를 우선적으로 배려해 줄 것을 명시해 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행보에만 시선이 쏠리다 보니 지지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6~7%, 국민의당은 5% 안팎을 유지중이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27일부터 29일까지 조사하고 30일 발표한 정당지지율에서 정의당은 4.7%, 국민의당은 3.4%를 기록했다. 열린민주당도 3.9%에 그쳤다. 

정치권에서는 비교섭단체 의원들 간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4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합의식. /뉴시스

◇ 교섭단체 중심 운영 변해야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 운영 속 비교섭단체의 설움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비교섭단체는 국회의장과 정례회동 및 협상 자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기국회‧임시국회 등 일정을 결정하는 데도 배제된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에서 “원래 국회는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간의 차이가 굉장히 큰 곳”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18년 바른정당이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을 당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에게 “한 달만 지내면 얼마나 춥고 배고픈지 알게 된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 셈이다.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교섭단체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논의는 있어 왔지만, 번번이 실패해 오면서 현재까지도 이같은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 경우로 여당의 독주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비교섭단체 의원들 간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개별적으로 원내대표에게 비교섭단체 의원들 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며 “상임위에서 한 두 명이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은 그 숫자보다 큰데 이들까지 무시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원내부대표는 “국회 안에서 비교섭단체 의원들도 자기들이 지지받은 만큼 대변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고 방법을 찾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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